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일류대학 되려면 ‘삼성 초일류 문화’ 필요”

김윤수 기자
입력 2021.04.08 13:42
‘넥슨 김정주 스승’ ‘벤처 창업의 대부’
이광형 신임 총장 기자간담회
따라하기 아닌 앞서가기 전략 ‘QAIST’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8일 오전 11시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줌 캡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8일 오전 11시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줌 캡처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총장은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카이스트에도 삼성전자의 ‘초일류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8일 오전 11시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 일류대학 ‘따라하기’ 전략은 지난 50년간 카이스트의 성공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한계이자 약점이 됐다"며 "규모가 2~3배 큰 경쟁 대학에 맞서려면 새로운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삼성을 집중 분석해본 결과 (성공 비결은) ‘우리는 세계 1등이다. 완벽하게 일한다. 시시한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초일류 문화에 있었다"라며 "카이스트도 그럴 때가 됐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일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따라하기 전략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30년 전 업계 최고였던 소니를 뛰어넘기 위해 따라하기가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거듭한 결과 오늘날 그 꿈을 이뤘듯, 카이스트도 향후 10~20년 후에 유망할 새로운 연구, 교육에 투자해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맞먹는 대학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삼성이 30년 전 일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실제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며 "카이스트도 20년 후엔 세계 일류대학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 총장은 ‘큐카이스트(QAIST) 전략’을 제시했다. Q(Question)는 질문하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뜻으로, 전공 교육을 10% 줄이는 대신 인성과 리더십 교육을 10% 늘리고 ‘디지털인문사회학과’를 개설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학생들에게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을 중점적으로 기르겠다는 것이다.

A(Advaced research)는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하겠다는 뜻이다. 모든 연구실이 세계 최초의 연구 성과를 하나씩 달성하는 ‘1랩 1최초’ 운동, 인공지능(AI)을 넘어 AI가 일상화된 10~20년 후에 필요할 기술을 대비하는 포스트 AI 연구 등이 포함된다.

I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적극적으로 데려오는 국제화, S는 모든 연구실이 각각 1개 사업을 창업하는 ‘1랩 1벤처’ 운동 등을 통한 교내 벤처 활성화, T는 학교 기부금 유치를 늘리기 위해 대외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을 뜻한다.

이 총장의 카이스트 발전 방향의 하나인 ‘기술사업화’ 계획을 설명하는 그림. /줌 캡처
이 총장의 카이스트 발전 방향의 하나인 ‘기술사업화’ 계획을 설명하는 그림. /줌 캡처
이 총장은 1990년대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지내며 김정주 넥슨 창업자(NXC 대표), 김영달 아디다스 회장, 신승우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김병학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길러낸 ‘벤처 창업의 대부’로 평가받는다.

김정주 대표는 지난달 이 총장의 취임식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카이스트 전산학과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있으면서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던 20대 시절에 교수님(이 총장)이 따뜻하게 챙겨주셨고, (창업의 꿈을) 아낌없이 믿어주고 도와주셨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총장은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 등장했던 ‘괴짜 교수’ 박기훈 교수(안정훈 분)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교수 재직 시절 자신의 컴퓨터를 해킹하라거나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들라는 등의 ‘괴짜 문제’를 시험에 출제해 제자들에게 문제 해결 능력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