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스파이 의심받는 테슬라…눈치 보며 몸 낮춘 머스크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21.04.08 13:14 수정 2021.04.08 16:35
중국 군(軍)이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차량 사용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진 후, 테슬라가 중국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중국 시장에서 순탄하게 자리를 잡았으나, 최근 관계가 삐거덕거리는 신호가 잇따라 포착됐다.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테슬라의 국가 안보 위협 우려까지 제기하자,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한껏 몸을 낮췄다.

테슬라는 7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테슬라 차량 내부 카메라는 북미 이외 시장에선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올렸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의 차내 카메라는 아예 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미국에서도 차량 소유주가 카메라 시스템 사용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테슬라는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안전 체계를 갖췄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3월 20일 열린 중국발전포럼 화상 질의응답 중 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3월 20일 열린 중국발전포럼 화상 질의응답 중 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중국에서 테슬라 입지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지난달 19일 미국 매체들은 중국 군이 국가 안보 위험을 이유로 군부대 안에서 테슬라 차량 이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것은 테슬라 차량 내외부에 탑재된 카메라다. 테슬라 전기차엔 여러 개의 카메라와 센서가 있다. 차량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는 주차 시 주변을 촬영하고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 데이터는 차량 소유주가 동의할 경우 테슬라 서버로 전송된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선에 이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게 테슬라의 설명이다. 테슬라 차량 내부 백미러 위에도 카메라가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주차장에 테슬라 차량이 주차돼 있다. /김남희 특파원
중국 베이징의 한 주차장에 테슬라 차량이 주차돼 있다. /김남희 특파원
중국 정부는 미국 회사인 테슬라가 차량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민감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이를 미국에 보낼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중국 군이 테슬라 차량이 군사기지와 군 관련 주택단지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했다"며 "이는 테슬라 차량 탑재 카메라가 중국 정부가 보거나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국가기밀 유출 위험을 이유로 군과 주요 국유 기업 직원의 테슬라 차량 이용을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기관에 직원들이 테슬라 차를 타고 출근하지 못하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 내부. /신화사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 내부. /신화사 연합뉴스
테슬라 수장인 머스크는 중국 정부가 가진 안보 위협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머스크는 지난달 20일 리커창 총리가 주관한 연례 ‘중국발전포럼’에서 화상 연결로 등장해 "테슬라가 중국이나 다른 곳에서 차를 이용해 스파이 활동을 했다면 회사 문을 닫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테슬라 차량이 수집한 데이터를 결코 미국 정부에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또 지난달 23일 공개된 중국 관영 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선 중국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치켜세우며 "중국의 미래가 위대할 것이며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가 돼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진출은 외국 기업치고는 유독 무난한 편이었다. 테슬라는 2018년 외국 자동차 회사 중 처음으로 중국에 지분 100% 공장을 건설하는 허가를 받았다. 테슬라는 상하이에 세운 공장에서 세단 모델3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모델Y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테슬라에 큰 시장이다. 2020년 테슬라의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14만7445대로, 전 세계 판매량의 30%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