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동네서점 위협하는 '고물상' 알라딘

김은영 생활경제부 팀장
입력 2021.04.08 11:48
알라딘 서점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2010년 138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429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억원에서 247억원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흥미로운 건 매출 규모 3위인 알라딘의 영업이익이 상위 4개 서점의 영업이익을 합친 금액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알라딘의 중고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008년 국내 서점 중 처음 온라인에서 중고책 매입 서비스를 시작한 알라딘은 2011년 서울 종로에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연 후 현재 46개의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운영 중이다. 작년에는 온라인 중고서점 '중고매장 이 광활한 우주점'을 개점했다.

알라딘은 책을 어떻게 팔길래 많은 이익을 남기는 걸까? 핵심은 판매구조에 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자기계발서 ‘더 해빙’을 판다고 가정해보자. 알라딘은 정가 1만6000원짜리 책을 출판사로부터 약 9600원(정가의 60%)에 매입해 도서정가제 10% 할인(1만4400원)과 5% 포인트 적립(800원), 무료배송(3000원) 등을 통해 책을 팔아 1000원가량을 남긴다.

이어 책을 읽은 소비자가 되팔러 오면 상태가 최상급일 경우 6300원에 매입해 중고가 1만100원에 판다. 이때 남기는 돈은 3800원, 새책을 팔 때보다 3배 이상을 더 버는 셈이다.

알라딘이 중고책 판매를 시작한 때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고거래가 태동하던 시기다. 서점 산업이 사양길을 걷자 알라딘은 중고책을 매입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책 바코드를 대면 매입가를 알려주고, 직접 중고책을 수거해 고객들이 쉽게 책을 팔 수 있도록 도왔다. 새책 판매창에 예상 매입가를 넣어, 책을 빨리 읽고 팔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이런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책 가격에서 느끼는 부담을 덜어줬고, 계속해서 책을 사고팔 수 있는 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현재 전 산업군에서 중고거래가 성장하는 걸 보면 알라딘의 전략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알라딘의 성장 이면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알라딘은 교보·영풍 등 대형서점처럼 대도시의 중심 상권에 대규모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개설했다. 2019년 서점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후 대형서점은 1년에 점포 1개만 출점할 수 있도록 제한됐지만, 서점이 아닌 중고품 판매점으로 분류된 알라딘 중고서점은 규제를 피해 몸집을 키우며 동네서점을 위협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서점업은 소상공인이 90%에 달하는 업종이다.

중고서점이지만 갓 나온 신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먼저 알라딘에 가 신간이 싸게 나왔는지 살피고, 책이 없을 때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선 알라딘 중고서점을 대형서점의 범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출판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기업형 중고서점이 새책과 중고책을 함께 팔아 신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책을 팔아 돈을 벌어도 저자와 출판사에 수익이 돌아가지 않고 서점만 배불리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신간 출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중고 도서로 인한 신간 판매의 기회 손실이 7.6%라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현행법상 알라딘이 중고책을 파는 건 불법도, 저작권 침해도 아니다. 하지만 기업형 중고서점의 성장으로 서점업계와 출판업계의 성장이 저해된다면 생태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금액 이상 할인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도서정가제의 재검토도 요구된다. 출판유통시장을 안정화하고 동네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도서정가제가 도입됐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책값 인상으로 받아들였고 중고책으로 수요가 쏠렸다.

중고책을 '고물'로만 취급한 채 정가제만 외치는 현재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특정 서점만 배불리는 불합리함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황을 제대로 살피고 서점과 출판계가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