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애플, 협상 안 끝났다… '라스트 마일' 등 8개 분야 협의

변지희 기자
입력 2021.02.26 09:15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이달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전기차 생산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의 협상 범위가 광범위해 아직 여지가 많다는 게 내부 평가다.

26일 현대차그룹과 애플간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과 기아는 지난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전기차 등 8개 부문에서 협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 협상이 난관을 겪고 있지만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전기차 협상이 무산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협상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아 아직은 양측의 제휴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플카 가상이미지./맥옵저버
애플카 가상이미지./맥옵저버
기아와 애플은 전기차와는 별도로 '라스트 마일(Last Mile)'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업도 논의 중이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란 특정 교통 수단을 이용한 후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1마일(약 1.6㎞)’을 이동할 때 쓰이는 교통 수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버스에서 내린 후 집까지 가는 데 택시를 타기에는 애매하고,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에 쓰이는 킥보드와 전기자전거가 대표적이다.

기아차와 애플 양측은 비슷한 전략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라스트마일 서비스에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첨단 로봇 기술이 접목되면서 이 분야가 자동차·IT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물류, 음식 배달 B2B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도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스팟은 계단을 오르고 장애물을 피하는 것은 물론 로봇팔을 장착해 물건을 집어들거나 문을 여닫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애플 간 협력설은 지난달 초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8일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가 이달 8일에는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애플과의 협상이 동력을 잃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차가 아닌 전기차 등 다른 분야에서 애플과의 협업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전기차 관련 내용이 유출되자 애플이 현대차에 비밀유지조항 위반을 문제 삼았고, 현대차로서는 이같은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애플은 현대차·기아 이외에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도 애플카 생산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