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식 팔아야 하나”…공산당에 떠는 투자자들

권유정 기자
입력 2021.01.13 16:14
"우량주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향한 시진핑 정부 압박이 거세지면서 국내 투자자들 고민이 깊어졌다. 아마존, 애플과 견줄 만한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 주가가 다른 변수도 아닌 공산당이라는 정부 체제 때문에 한 달 넘게 곤두박질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미국 뉴욕과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12일(현지 시각)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알리바바는 전날보다 1.77달러(0.78%) 하락한 22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알리바바는 종가 기준 지난해 12월 1일(264.01달러)부터 이날까지 약 14.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홍콩 증권거래소(HKEX)의 알리바바도 14.5% 떨어졌다.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인 마윈(馬雲·56) 전 회장. 마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회장직에서 은퇴했지만 개인 최대 주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인 마윈(馬雲·56) 전 회장. 마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회장직에서 은퇴했지만 개인 최대 주주로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리바바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중국 기업 중 하나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를 약 2억3753만달러(한화 약 2600억원)를 갖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는 약 9996만달러(약 1094억원)를 보유 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11월 세계 최대 규모로 예정됐던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 그룹 기업공개(IPO)를 중단한 데 이어 잘못된 가격 정책 등 반(反) 독점법 위반을 문제 삼아 벌금을 잇따라 부과했다. 지난달 말에는 예약 면담(웨탄·約談)을 추가로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예약 면담이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행위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선 공개적인 ‘군기잡기’와 다름 없다.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를 대상으로 예약 면담을 진행한 것은 지난 11월 초에 이어 두 번째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윈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에서 시작됐다"며 "알리바바 같은 인터넷 기업 영향력이 커지는 와중에 이 기업들이 정부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가 체제 안정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을 운영 중인 텐센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텐센트의 부동산 투자를 지적한 데 이어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서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텐센트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홍콩 증시 상장 종목으로, 이날 기준 그 규모는 4억1677만달러(약 4565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선영 DB금융투자(016610)연구원은 "정부가 인터넷 플랫폼 반독점 규제안을 처음 언급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활동범위를 강제로 위축시키진 못했다"며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그 규제 강도는 예상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알리바바, 텐센트뿐 아니라 메이투안, 징동, 쑤닝 등도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조사 강도나 범위를 짐작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두 기업을 비롯한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내수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장성 자체는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정정영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신경제 발전전략에 흡수시켜야 하고, 이에 따라 기업들도 정부의 지침에 맞춰 사업 방향성을 바꿔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정부와 기업 간 소통으로 우려는 점진적으로 안정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정숙 미래에셋대우(006800)연구원은 "당장은 부진한 주가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대형 인터넷 기업을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킬 순 없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위안화 도입에 있어 이들은 반드시 필요한 조력자다. 내수 확대를 위해서도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이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관계자들도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미 CNBC에 따르면 알렉스 울프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중국 정부가 어떻게 빅테크 기업들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며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는다면 리스크는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마윈이 두 달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마윈 ‘출국금지설’ ‘실종(구금)설’까지 제기됐다. 그가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23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이었고, 현재까지 알려진 그의 마지막 일정은 지난 11월 중국 정부와의 첫 번째 예약 면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