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 100% 배상 무리했나... 옵티머스 배상 고심하는 금감원

김소희 기자
입력 2020.11.21 06:00
금감원 "판매사가 펀드 부실 인지했는지 중요하지 않아"
라임 배상 논리라면 옵티머스도 100%로 결정돼야 일관
업계 "부실 펀드면 다 배상 하나… 라임 조정안도 무리수"

금융감독원이 5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 절차에 들어선 가운데 투자자 배상 비율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옵티머스 펀드 배상 비율이 100%로 결정돼야 라임 펀드의 분쟁 조정 결과와 일관된 논리가 유지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금감원의 라임 펀드의 분쟁조정안이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 분쟁 조정을 위한 내·외부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연내에 법리 검토를 마무리하고 내년에 분쟁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금감원이 6월 30일 결정한 라임 펀드 분쟁조정안이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당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에 따라 라임 펀드 피해자에게 판매사가 투자원금을 100%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조항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조선DB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조선DB
금감원은 7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부분(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 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다"면서 "판매사는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라임 펀드 분쟁조정안의 결정 근거를 밝혔다. 판매사가 계약체결 시점에 핵심 정보를 허위로 설명하면서 투자자의 착오를 불러일으켰으므로 계약을 취소하고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당시 총수익스와프(TRS)에 참여하면서 투자원금이 부실한 상황을 사전에 알았던 신한금융투자뿐만 아니라 다른 라임 펀드 판매사도 100% 배상 결정을 권고받았다. 판매사가 펀드 부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판매사들이 펀드 부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착오 취소 판단의 요소가 아니다"라며 "만약 인지하고 팔았다면 검사 제재나 형사처벌로 다룰 문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옵티머스 펀드도 마찬가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 전문 변호사는 "금감원의 과거 판단대로 착오 취소는 판매사가 운용사의 사기 행각을 몰랐어도 성립한다"면서 "옵티머스 펀드 사태도 NH투자증권 등 판매사가 운용사의 사기 행각을 몰랐지만 부실 펀드라는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아 투자 결정의 착오를 유발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착오 취소는 현존하는 정보에 대해서만 적용 가능하다.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알리지 않았다면 착오 취소는 성립하지 않는다. 예컨대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안전성이 높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잘못 알린 것은 착오 취소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 계획이 변경됐을 뿐 현존하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실 펀드인데 투자자에게 해당 상품을 저금리의 안전한 펀드 상품이라고 안내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컨대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펀드의 수탁업무를 수행하면서 2018년 8월 9일, 10월 23일, 12월 28일 3차례에 걸쳐 부족한 환매자금을 임의로 조정했다. 펀드의 부실 운용이 8월 9일 이후부터 현존하는 사실인 것이다. 해당 시점 이후에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착오에 의해 계약을 맺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 위주의 투자 계획도 현존하는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성현 한누리 변호사는 "검찰 기소 내용과 금감원 발표 내용을 보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펀드 기획 초기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다른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계획 자체가 이미 현존하는 중대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으니 착오 취소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라임 펀드 분쟁조정안을 판매사 100% 배상으로 결정했던 것이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거의 모든 펀드 사태가 투자자에게 부실 펀드 운용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을 권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서 "이 경우 금감원 논리라면 모두 착오 취소에 따라 판매사가 100% 배상해야 한다는 것인데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철웅 금감원 분쟁2조정국장은 "라임 펀드 분쟁조정안은 의무 사항이 아닌 권고 차원이었고 판매사들도 자체적인 법리 검토를 통해 조정안을 받아들였다"면서 "옵티머스 펀드 또한 법적 안정성에 따라 결과를 예단하기보단 신중한 법리 검토를 통해 개별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