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한국엔 왜 'AI 유니콘' 안나오나… "이집트보다도 낙후된 규제장벽"

황민규 기자
입력 2020.10.18 06:00
GEM, 주요국 54개국 중 규제강도 38위…美⋅中⋅日보다 규제장벽 높다

미국, 중국, 유럽 등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첨병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경우 AI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무엇보다 과도한 규제,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는 연구개발 방식, 인재 부족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16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AI 스타트업 생태계 혁신을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AI 스타트업이 헬스케어, 소매·물류, 교통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AI 연구에 두각을 나타내며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유니콘 기업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반면 국내 AI 스타트업은 여전히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이 배출한 세계 최대 AI 유니콘 ‘센스타임’. /로이터
중국이 배출한 세계 최대 AI 유니콘 ‘센스타임’. /로이터
NIA는 국내 스타트업이 좀처럼 유니콘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대규모 투자유치율이 저조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규제 장벽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높은 규제장벽이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KOEF)이 런던 경영대학, 미국 뱁슨대학교와 100개국 이상의 기업현황을 분석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기업가정신모니터(GEM) 지난해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국 54개국 중 신산업 진입규제 강도(점수가 높을수록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용이)에서 38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대만(1위), 독일(8위), 미국(13위), 일본(21위)은 물론이고 중국(23위)이나 이집트(24위)보다도 낮은 순위입니다. KOEF는 중소벤처기업부 벤처기업협회 KT 주성엔지니어링 KEB하나은행 등이 출연한 비영리 재단법인입니다.

글로벌 스탠드다드와 다른 연구개발 트렌드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AI 기업 관계자는 "실리콘밸리, 중국과 한국이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AI 원천 기술 분야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한국의 경우 아직 초보적인 단계의 AI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이 아직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NIA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기술 연구개발 트렌드와 국내 상황에는 큰 간극이 있습니다. AI의 자율적 판단과 학습 및 추론, 상황인식 기술 등 고급 기술·원천기술 투자에 대한 비중이 높은 미국, 중국과 달리 국내의 경우 초기 인공지능 기술인 '언어이해'에 대한 연구개발 비중이 세계 평균보다 15%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원천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선진국 트렌드와 달리 한국은 응용기술 분야가 19%포인트 더 높습니다.

또 IT 강국이라는 명성과 달리 대용량 데이터 연산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슈퍼컴퓨터 기술도 중국, 미국에 비해 열악하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홈 등의 AI 기술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국내 클라우드 기술 수준은 세계 1위인 미국(100%)보다 한참 떨어지는 77.3%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유럽(87%), 일본(82.5%), 중국(82.2%)보다도 크게 뒤지는 수치입니다.

우리나라 AI산업 성장에 있어 AI 인재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됩니다.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전문인력을 의미하는 인재부문은 11.4점으로, 1위인 미국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 관련 학술논문 등 출판물의 양적 수준과 인용정도를 의미하는 연구수준 또한 22.4점으로 22위를 차지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재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은 기업 주도로, 중국은 국가 주도로 AI인력 육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AI 인재 리포트 2019’에 의하면 2018년 세계 최고급 AI 인재 2만2400명 중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1만295명(46.0%), 2525명(11.3%)의 인재가 활동하는 반면, 한국은 405명(1.8%)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이같은 기초 경쟁력의 차이는 결국 결과의 차이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 AI 유니콘이라고 부를만한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것과 달리 중국은 2017년 정부의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한 이후 10여개의 AI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습니다. 특히 세계 최고 몸값의 AI 기업으로 불리는 센스타임(75억달러)을 비롯해 AI 안면인식 기술 기업인 메그비도 40억달러 수준의 기업 가치를 자랑합니다. 이외에도 이투워크, 클라우드워크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기업과 경쟁할만한 AI 기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NIA는 국내 AI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에서 NIA는 "AI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해, 해외 선도국에 비해 부진한 AI 분야에 기술변화상을 반영한 핵심 AI 기술을 확보하여 기술격차를 줄여야한다"며 "AI 산업 발전에 효율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통합된 규제관리체계와 참여형 규제환경을 조성해 규제개혁 체계의 개방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