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층 더지으며 기부는 지하로 하던 이상한 관행… 서울시, 개선 나서

고성민 기자
입력 2020.10.17 06:00
그동안 지하에 조성되던 공공시설 상당수가 지상으로 올라올 전망이다. 민간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용적률 인센티브(지상층 연면적 증가)를 받은 대신 지하에 공공시설을 지어 기부채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울시가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쳤기 때문이다.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운영기준 개정안. /서울시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운영기준 개정안. /서울시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운영기준 개정안’을 지난 12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 기부채납을 하는 경우 기존에는 지하 1층~지상 2층에 공공시설을 조성해 제공하면 됐다. 지역 여건과 제공 시설 특성에 따라 사정이 있는 경우 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예외적으로 다른 층에 조성할 수는 있었다.

이는 지난 2011년 관련 기준이 제정될 때 기부채납할 공간에 대해 ‘효용이 최대화될 수 있는 위치’로 제시된 이후, 2014년에 ‘지하 1층~지상 2층’을 원칙으로 정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기부채납으로 가장 많이 받는 공간이 지하 1층~지상 2층이었고, 지하 1층도 선큰(Sunken·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을 마련하는 등 공공 접근성이 불리하지 않게끔 조성할 수 있어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정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접근이 쉽지 않은 지하층을 기부채납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서울시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지상 1~2층’으로 기준을 더 좁혔다. 시 관계자는 "지하층을 받고 지상층 용적률을 높여주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지상 1~2층’으로 원칙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앞으로도 주차장을 기부채납하는 등의 경우처럼 시가 정한 예외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지하층에 공공시설을 조성해 기부채납할 수는 있다. 기존에는 구체적인 예외기준이 없었다.

예외에 해당하는 사례는 △조성되는 공공시설이 주차장이어서 합리적 건축계획을 위해 지하층 조성이 불가피한 경우 △지형적 특성으로 가로(街路)와 접하거나 지하철 출입구와 연결되는 경우 △지하 1층에 선큰을 설치해 접근, 채광, 환기 등에 지장이 없는 경우 등이다.

시 관계자는 "지하층 기부채납을 완전히 부정한다기보다는 예외규정으로 바꾸고 심의 기준을 세분화한 것"이라고 했다. 지상 3층 이상도 △고층 전망대 등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 등에서만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운영기준 개정안. /서울시
공공시설 등 기부채납 용적률 인센티브 운영기준 개정안. /서울시
기부채납이란 개발 사업 주체가 건축물 내부 일부 공간이나 외부에 공공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나 체육시설, 도로, 공원 등을 조성해 지자체에 증여하는 것이다. 사업 주체는 대가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건물 층수를 더 높일 수 있다.

그동안 준공 이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논란이 되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아크로리버파크)은 인허가 당시 층수를 높이는 대신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30~31층 스카이라운지 등 커뮤니티시설을 공공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됐다. 용적률 완화를 받아 최고층을 기존 35층에서 38층으로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준공 이후 1년 넘게 커뮤니티시설을 일반에 개방하지 않아 뭇매를 맞았고, 뒤늦게 커뮤니티시설을 일반에 개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