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연구소 코로나 유출설’ 과학자, “중국軍 보유 바이러스에 유전자 조작”

김윤수 기자
입력 2020.09.16 16:39 수정 2020.09.16 16:47
옌리멍 홍콩대 박사, 예고했던 ‘과학적 근거’ 담은 논문 공개
"코로나19, 박쥐보다 중국군 연구소 보유 바이러스와 더 유사"
"사람 감염력 높이는 방향으로 표면구조 유전자 조작 흔적"
"만드는 데 6개월 충분"… 홍콩대 "옌 박사 주장 거짓" 입장

옌리멍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박사./트위터
옌리멍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박사./트위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시의 한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유출됐다고 주장해온 과학자가 15일 "중국 군 연구소 보유의 바이러스에 유전자 조작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더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를 제시했다.

옌리멍 홍콩대 공중보건대학 박사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정보 공개 플랫폼 ‘제노도(Zenodo)’에 이날 게재했다. 연구팀은 3가지 근거를 토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결론내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 탄생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옌 박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영국 ITV의 ‘루즈 워먼’ 토크쇼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작년 12월 말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코로나19)에 관한 비말 조사에 참여했다"며 ‘우한 연구소 유출설’의 과학적 근거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홍콩대 측은 그가 주장한 연구 활동을 전면 부인했다.

옌 박사가 지목한 우한 소재 연구소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로 추정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첫 번째 근거는 유전자 염기서열상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상태의 박쥐보다, 중국 제3군의대학 군사연구소와 난징사령부의학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것과 더 유사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자연 숙주로 여겨지는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RaTG13’라는 종류인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ZC45’나 ‘ZXC21’와 유전적으로 더 비슷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ZC45’와 ‘ZXC21’가 중국군 연구소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근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와 결합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관인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이 2003년 크게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 부분(RBM)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RBM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ZC45’ ‘ZXC21’와 상당 부분 비슷한데도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유독 다르고 오히려 사스 바이러스와 닮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연구팀은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BM을 만드는 유전자의 양끝에 유전자 조작의 흔적이 남아있다"며, 사람을 잘 감염시키기 위해 ‘ZC45’ ‘ZXC21’의 RBM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번째 근거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게서 나타나는 ‘퓨린 절단’ 현상의 존재다. 퓨린 절단은 스파이크 단백질이 두 부분으로 잘리는 현상으로, 숙주 세포에 대한 결합력을 높여준다. 연구팀은 2017년쯤부터 우한바이러스연구소 학자들이 퓨린 절단 현상을 알고 있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이 현상이 잘 일어나도록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위적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들어진 시나리오도 추측·제시했다. ZC45나 ZXC21를 기본 뼈대로 해서 사스 바이러스의 RBM을 만드는 유전자와 퓨린 절단 역할을 하는 부위를 추가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하면 6개월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며 "중국의 실험실에서는 이를 수행하는 데 기술적 장벽이 없다"고 했다.

연구팀이 정리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탄생 시나리오./제노도
연구팀이 정리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탄생 시나리오./제노도
옌 박사는 "이같은 유출설을 제기하는 논문들은 검열 때문에 제대로 학술지에 게재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옌 박사를 포함한 4명의 공동 저자는 ‘법칙 사회 및 법치 재단(Rule of Law Society & Rule of Law Foundation)’이라는 미국 단체 소속으로 이번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단체는 반중 성향의 단체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근거들이 완벽하지 않으며 옌 박사의 일부 주장이 거짓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그가 소속된 홍콩대는 앞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주요 사실과 (옌 박사의 주장이) 다르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옌 박사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고 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