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미, 개미, 개미" 증시에 아른거리는 포퓰리즘

이다비 기자
입력 2020.09.16 11:00
이달 초 홍콩계 증권사 CLSA는 ‘문재인 대통령의 펀드매니저 데뷔’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는 뉴딜펀드로 시중의 유동성을 생산적인 곳으로 옮겨 부동산 가격(상승세)을 멈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투자이익을 안겨 표를 얻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에게 투자이익을 안겨 표를 얻는다’는 대목은 최근 금융당국이 내는 다른 금융정책과도 닿아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자 정부는 금융시장에서 어떻게든 개인 투자자(개미)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듯하다. 증시가 오르면 ‘경기가 좋다’는 인식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시장에 힘을 싣는 것은 좋다. 다만 포퓰리즘과 닮은게 문제다. 뉴딜펀드가 대표적이다. ‘펀드’인데도 정부는 손실이 나면 정부 자금(세금)으로 손실을 10%까지 떠안아 사실상의 원금보장을 약속했다. 이는 금융회사가 투자상품을 팔 때 사전에 수익을 약정하거나 사후 보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55조와도 배치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린 라임펀드 100% 지급 결정도 비슷하다. 지난 6월 분조위는 라임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사상 첫 100% 반환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이 "수용 여부를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강한 입장을 보이자 우리은행·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사는 ‘눈치껏’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라임펀드는 판매시점에 손실이 확정됐는데도 이를 팔았다는 점에서 판매사에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 그러나 100% 배상은 투자자의 자기 책임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당국 내에서도 "투자자만을 챙기니 예상 가능했던 결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부담을 느낀 수탁사·판매사가 사모펀드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

공매도 금지 연장도 뒷맛이 씁쓸하다. 지난달 말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개인 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제도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두고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효과를 따져보기 전에 여론에 휩쓸린 금융당국의 눈치 보기식 조치라는 평이 나온다. 또 금융위는 공모주 열풍이 불자 소액 개인 투자자를 위한다며 공모주 배정방식도 바꾸겠다고 했다. 은 위원장은 이 내용을 발표한 모두발언에서 ‘개인 투자자’만 10번 넘게 불렀다.

정부가 개인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금융 정책을 펴는 건 좋지만 모든 건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한쪽에만 유리하게 정책을 쏟아붓다 보면 시장 불균형은 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