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 열어보면 삼성전자만 올랐네

박정엽 기자
입력 2020.07.31 17:00
삼성전자·현대차 제외하면 대부분 횡보
반도체 등 일부 산업 기대감에 따른 착시라는 분석도

7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756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월간 기준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에 이어 6개월만이다. 외국인 매수세로 인해 코스피는 종가 기준 지난 6월 30일 2108.33에서 7월 30일 2249.37로 6.69% 상승했다. 삼성전자(005930)는 같은 기간 5만2800원에서 5만7900원으로 9.66% 올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돌아왔다’면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럽 경제회복기금 설치가 확정되면서 유로화 강세 달러화 약세 기조가 본격화됐고, 이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한국 등 신흥국(이머징마켓)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점이 이런 기대의 바탕에 깔려있다.

자료= KTB투자증권
자료= KTB투자증권
그러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하나씩 뜯어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005380)를 제외한 상당수 종목의 주가는 횡보하고 있다. 7월 외국인 순매수가 대부분 반도체 업종, 특히 삼성전자(2조7000억원)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워낙 커서 만들어낸 착시 현상이다. 박석현 KT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국내 주식시장 수급구조의 추가 개선을 위해서는 외국인 매수세의 업종별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대금의 증가세도 제한적이다. 코스피는 지난 21일 6월 고점을 넘어선 뒤 지난 30일 2267.01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점(1월 22일 2267.25) 턱밑에 이르렀다. 장중으로는 30, 31일 연속으로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거래대금은 지난 6월 15일 기록한 18조2464억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7월 28일 거래대금이 이달 들어 가장 많았는데 17조5170억원에 그쳤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중장기 상승 추세에서 코스피가 이전 고점을 돌파할 때 거래대금도 전고점을 돌파하면 비교적 상승 추세가 안정적으로 진행된다"며 "거래대금이 의미 있게 상승하지 않으면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다소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금의 외국인 자금 유입의 주원인을 달러 약세보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산업,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등의 실적이 발표되고, 인텔 등이 이들 업체에 추가 물량을 맡길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종에 대한 기대는 TSMC와 대만 증시를 보면 알 수 있다. TSMC는 대만 증시에서 지난 한 달간 36.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만의 또다른 파운드리 업체 UMC도 주가가 40.57% 올랐다. 이에 힘입어 대만가권지수도 이 기간 8.98% 상승했고 지난 28일에는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삼성전자와 TSMC가 있는 한국, 대만 등을 제외하면,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상당수 신흥국의 증시는 7월에도 순매도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자금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대만을 제외한 주요 신흥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 동향/ 자료=KTB투자증권
한국, 대만을 제외한 주요 신흥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 동향/ 자료=KTB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