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맞수] 롯데 신동빈 vs 신세계 정용진…포스트 코로나 전략은

박용선 기자
입력 2020.08.01 07:00
"경제 활동이 70~80% 위축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안 되는 사업은 접지만 그렇지 않다면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합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롯데, 신세계 두 전통 오프라인 유통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31일 하나금융투자는 롯데쇼핑(023530)이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7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롯데그룹 주요 유통 채널을 운영하는 핵심 계열사다. 같은 기간 신세계그룹 백화점 계열사 신세계(004170)는 영업이익이 98% 감소한 10억원, 대형마트 이마트(139480)는 적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김란희
/그래픽=김란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코로나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두 오너가 제시한 전략은 온라인 사업 강화다. 신 회장은 "롯데가 쌓아온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모두 버리겠다"고 밝힐 정도로 온라인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부회장 역시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가 그룹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쓱(SSG)닷컴’이다. 정 부회장은 SSG닷컴의 성장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공평동 SSG닷컴 본사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강남 신세계그룹 본사와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 이어 세 번째 집무 공간이다.

◇ 코로나로 온라인은 선택 아닌 필수

사실 신세계와 롯데는 코로나 발생 전부터 온라인 사업을 준비하고 강화했다. 신세계가 한발 빨랐다. 신세계는 지난해 3월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을 출범했다. 롯데는 이보다 늦은 올해 4월 ‘롯데온(ON)’을 론칭했다.

롯데,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은 백화점, 마트 등 그동안 따로 운영했던 그룹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점에선 사업 방향이 같다. 그러나 세부적인 전략에선 차이가 있다.

신세계는 이마트 내부에 있던 조직을 떼어내 새로운 법인(SSG닷컴)을 설립했다. 독립적으로 온라인 사업을 하는 것은 물론 전문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롯데는 빠른 의사결정과 백화점, 마트 등 유통 부문 간의 시너지를 강조, 롯데쇼핑 내 이커머스사업본부를 키워 회사 내부에서 운영 중이다. 롯데쇼핑은 2018년 그룹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닷컴도 인수했다.

주력 판매 상품도 다르다. SSG닷컴은 그룹 내 브랜드 가치가 높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면서 패션·의류(백화점) 등 다른 콘텐츠도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출범 1년 만인 지난해 매출 8441억원을 올리며 현재까지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롯데온은 명확한 타깃을 정하기보다는 신선식품, 생활용품은 물론 패션·의류, 가전제품 등 롯데가 유통하는 모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민 80%에 달하는 4000만 롯데 회원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특히 고객이 제품을 사기 위해 ‘찜’을 하거나 실제 구매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개개인이 원할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는 온라인에서 구매한 데이터만 활용해 상품을 추천하고 있지만 올해 안으로 롯데 오프라인 점포에서 고객이 구매하는 데이터까지 통합해 추천할 계획이다.

/그래픽=이민경
/그래픽=이민경
롯데와 신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사업조정도 진행 중이다.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까지 ‘악재 3연타’를 맞은 롯데가 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 700여개 중 실적이 부진한 200여곳의 문을 3~5년 내 닫는다고 발표했다. 전체 점포의 30%를 폐점하는 것으로 1979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7월 말 현재까지 10여개 매장 문을 닫았고, 올해 안으로 총 120개 매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에 비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신세계 이마트도 삐에로쑈핑, 부츠 등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이마트는 무조건 폐점을 하는 것보다는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매장을 리뉴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안 되는 사업(또는 매장)은 접지만 그렇지 않다면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정 부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 조용한 오너 신동빈

최근 신 회장은 주말마다 계열사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일본에서 귀국한 5월 중순 이후 신 회장이 찾은 현장만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의 롯데월드몰과 테마파크 롯데월드, 롯데마트 광교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 롯데푸드 광주공장, 롯데칠성음료 양산공장 등으로 수십 곳이 넘는다.

신 회장은 고객과 접점에 있는 현장에서 만난 임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를 통해 매장을 찾은 고객 반응과 경쟁사 상황 등은 물론 자신이 지시한 내용이 실제로 현장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사무실에서 받는 보고만으로는 기업, 나아가 그룹을 이끌 수 없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신 회장은 또 사소한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임직원들에게 알리고 업무에 반영하도록 한다. 최근 롯데지주, 롯데쇼핑 등 그룹 계열사가 주 1회 재택근무를 시작한 것도 신 회장이 직접 경험한 것을 지시했다. 신 회장은 한 임원회의에서 "비대면 회의나 보고가 생각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근무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 SNS 스타 정용진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정 부회장이 최근 계열사 대표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정 부회장 자신이 어떤 부분을 지원하면 되는지 계열사 대표들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그룹 부회장으로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신사업을 챙기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지만, 계열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그가 맡고 있는 주요 업무다.

정 부회장도 신 회장처럼 사업 현장을 자주 찾는다. 그러나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신 회장이 조용히 현장을 다녀간다면 정 부회장은 자신이 다녀갔다는 사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알린다.

최근 정 부회장은 이마트 강릉점, 양평 스타벅스 등 그룹 계열사 현장은 물론 현대백화점 판교점, 롯데 시그니엘 부산 호텔 등 경쟁사를 다녀갔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런 활동 때문에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SNS 스타’로 불린다. 현재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2만4000여명에 달한다. 재계에선 이런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이 딱딱한 재벌 이미지를 탈피하고, 소비자에게 좀 더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줘 그룹 전반적인 영업 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