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멈춘 조선업…“세계 컨테이너선 발주 역대 최저치”

김우영 기자
입력 2020.07.31 15:26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해운 환경 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최악의 시간을 보낸 국내 조선업계는 비관적인 하반기 전망에 침울한 분위기다.

31일 글로벌 해운전문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7월 컨테이너선 발주 규모는 총 221만TEU로, 전체 컨테이너선 선복량 대비 약 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20년 만의 최저치다. 355만TEU에 달했던 지난 2016년 1월 발주량 대비 약 38% 떨어진 셈이다.

다른 상선들의 발주량도 급감하는 추세다. 영국 선박가치평가기관 배슬스밸류에 따르면 벌크선과 탱커선 주문량은 전체 선복량 대비 각각 7%, 8%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6년 1월 기준 두 선종의 주문량은 21~23% 수준이었다.

일러스트=양승용
일러스트=양승용
조선업계는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것을 두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와 코로나19의 영향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IMO는 올해부터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오는 2050년까지는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50%까지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선주들은 선박에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거나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을 도입하는 등의 대응을 추진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업황이 좋지 않은 탓에 섣불리 설비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LNG추진선은 일반 선박에 비해 값이 15~20%가량 비쌀뿐더러 스크러버 설치 비용은 50억원 안팎이다.

선주들은 IMO가 잇따라 환경 규제를 발표함에 따라 신규 선박을 주문하기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그리스 선주 스타벌크캐리어의 하미시 노톤 사장은 최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던 부분이 5년 뒤엔 (환경 규제로) 불법이 될 수도 있다"면서 "과거에는 선박을 유효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했지만, 지금은 그 전에 폐선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전망도 신규 선박 발주를 떨어뜨리고 있다. 인도와 남미 등 신흥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이 아직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선주들은 신규 선박을 구매하는 대신 현금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 조선·해운시장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글로벌 발주량은 575만CGT(269척)로 전년 동기 대비 42%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선주들은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탓에 신규 건조 대신 중고선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건조된 지 5년밖에 안 된 케이프사이즈(18만톤급) 대형 벌크선의 가격은 약 3000만달러(약 356억원)로, 신규 건조 비용인 5000만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해운업계에선 "신규 선박과 중고 선박의 운임에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 배를 주문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국 조선소 전경. /블룸버그 제공
중국 조선소 전경. /블룸버그 제공
글로벌 조선업계는 살얼음판 분위기다. 지난 5월 덴마크 선박금융기관인 ‘DSF(Danish Ship Finance)’는 수년 내 전 세계 조선소 280여곳 중 200곳이 문을 닫을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DSF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수주 잔량이 1척이라도 남아 있는 조선소 중 절반은 지난 2018년 이후 새로운 수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주문량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조선업계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누계 수주액 규모는 33억800만달러(약 4조원)다. 연간 수주 목표액 304억2000만달러의 10.87% 수준에 불과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상반기 이상의 수주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조선업계 특성상 1~2년 뒤 일감이 끊기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모든 조선사가 수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