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과학]⑥캡슐 하나로 젖소(牛) 관리 끝...발정·분만 등 예측

박지환 농업전문기자
입력 2020.07.15 14:17 수정 2020.07.15 14:30
젖소 건강 지키는 ‘생체 정보 수집 장치’ 개발
가격은 외국산 제품의 ⅓ 수준


기광석 축산과학원 축산과 과장이 젖소농장에서 반추위 삽입형 건강 정보 수집 장치(바이오 캡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농진청 제공
기광석 축산과학원 축산과 과장이 젖소농장에서 반추위 삽입형 건강 정보 수집 장치(바이오 캡슐)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농진청 제공
젖소농장에 정보통신기술(IT)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젖소 기르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스마트 기술의 힘을 이용해 사람의 노동을 줄이는 대신 생산성은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전문 설비업체를 통해 자동사료급여 장치를 설치하면 사람이 직접 젖소에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 커다란 사일로에 사료를 채우고 원하는 시간과 양을 설정하면 기계 장치가 알아서 사료를 공급해준다. 스마트 폰을 이용해 축사에 반드시 필요한 환기 작업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사람이 직접 치워야 했던 가축 분뇨는 트렉터나 스키로더 등 기계로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젖소의 젖을 짜는 일에 기계가 도입된 것도 이미 오래전이다.

그래도 젖소 관리 만큼은 여전히 사람이 필요했다. 질병과 임신 분만 등에 따라 소의 상태가 제각기 달라 정보통신 기기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젖소를 사육하는 농부들은 "다른 일은 다 편해졌는데 여전히 소를 관찰하는 일만큼은 줄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IT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이 문제도 해결됐다. IT 장치로 젖소가 질병에 걸렸거나 발정·수정·출산할 때 보이는 체온과 활동량 변화를 체크해 젖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발정이 난 젖소의 경우 활동량이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운동 감지 센서가 내장된 장치는 발정이 난 젖소의 활동량을 분석해 발정이 왔다고 판단되면, 그 결과를 스마트 폰을 통해 농부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개발한 ‘반추위 삽입형 건강 정보 수집 장치(바이오 캡슐)’는 젖소의 건강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치 중 하나다. 연구팀은 젖소가 발정 행동을 할 때 활동량이 증가하고, 분만 전 체온이 0.5℃(도)∼1℃ 떨어진다는 점. 질병이 발생하면 열이 나고 활동량은 준다는 점에 착안해 기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알약 모양의 센서(감지기)는 별도의 기구를 이용해 젖소의 입을 통해 첫번째 위에 넣어주면 된다. 소의 위 구조를 고려한 센서는 배설되지 않고, 첫 번째 위에 머물며 활동량과 체온 등 생체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분석을 거쳐 농장주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무선으로 전송된다. 전송된 정보를 확인한 농장주는 젖소의 발정과 분만 시기, 질병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의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과 기법을 말한다.

연구팀은 젖소의 상태를 파악해 질병을 초기에 찾아내고 발정 시기와 분만 시기를 예측하면 젖소의 우유 생산, 송아지 출산 등 축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젖소 사육농가들은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줄고 나서야 질병 여부를 알 수 있었다. 사람의 눈을 통한 발정 확인도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들지만 정확도 또한 4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편이다.

발정과 분만 시기도 외국산 제품과 비슷한 70% 수준의 정확도로 예측이 가능하다. 가격은 외산 제품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연구팀은 젖소 농장에서 장치를 검증한 결과 1마리당 약 23만5000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광석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과장은 "이번 바이오캡슐 개발로 축산 현장에서는 노동력 부담은 덜고 생산성은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외국 회사들은 축산 관련 빅데이터 공유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번 기기 개발로 우리나라도 젖소 관련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돼 무인 축사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