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주택자만 잡으면 집값 잡힐까요?

고성민 기자
입력 2020.07.15 10:44
원룸에 거주하는 다주택자 A(38)씨는 최근 약 3억원짜리 인천 아파트 분양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계약금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다. 6·17 부동산 대책으로 인천이 규제지역이 됐고, 잔금대출이 막히며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다주택자라고 하지만 지방 구축아파트와 구축빌라를 월세용으로 사둔 것이 있을 뿐인데, 막상 실거주하려고 청약받은 3억원짜리 집을 포기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청와대·정부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의 주택 매각 소식을 듣다 보면 공포심이 들기도 한다.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런데 여권은 다주택 고위공직자를 죄인처럼 몰고 "팔아라"고 한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다주택자는 2년 안에 한 채만 남기고 죄다 팔겠다"고 약속한 만큼 자초한 일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다주택 공무원이 죄인처럼 "집을 팔았다"고 고백할 때마다 통쾌함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권 차원에서 이렇게 다주택자를 옥죄는 바탕에는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 주범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7·10 부동산 대책만 봐도 ‘다주택자 옥죄기’ 의도가 명확하다. 임대차 3법도 다주택자는 악(惡)하고 임차인은 선(善)하다는 인식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말 다주택자는 집값을 올린 주범일까. 다주택자를 잡으면 집값이 잡힐까. 이 가정이 옳다면 정부를 응원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더 많다. 우선 다주택자를 옥좨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지난 3년간의 정책에도 집값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틀린 명제임을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집값 상승 원인으로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넘치게된 유동성이 첫 번째로 꼽힌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수요자 소득과 구매력 증가도 집값 상승의 요인이다. 수요 증가세 대비 더딘 공급 증가세 역시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지적하는 대목이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매각을 부추기고, 다주택자를 여러 방식으로 옥죈다고 잡힐 집값이 아니라는 얘기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을 놔둔 채로 다주택자만 옥죄는 건 집값 상승에 대한 분노의 방향을 돌리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조세전가로 전월세 시장이 요동칠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온다. 결국 서울 입지 좋은 곳에 공급을 대거 늘려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공급책이 더 많이 필요하다.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공허하게 끝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