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美 제재에도 끄떡않던 중국, 13억 인도시장 제재도 견딜까

이슬기 기자
입력 2020.06.30 13:02 수정 2020.06.30 13:55
인도정부 "개인정보 무단 도용" 中 앱 59개 사용금지
국경 문제로 양국 대립 격화 속 사실상 '보복 조치'
中 '최대 시장' 직격탄 맞을 듯…"인도도 피해 불가피"

29일(현지 시각) 인도 보팔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사용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각) 인도 보팔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사용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중국과 국경 문제로 대립 중인 인도가 틱톡(TikTok), 위챗(WeChat) 등 59개 중국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이 인도인의 정보를 무단 반출했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보복성 조치의 일환이다. 미국의 잇딴 제재에도 순항하던 중국 디지털 업계가 인구 13억5000만의 '최대 시장'인 인도의 공세 속에서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기술부)는 29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중국의 앱이 인도의 주권과 안보, 공공질서를 침해했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용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고 미 블룸버그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기술부는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에서 승인받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자 정보를 인도 밖 서버로 무단 전송했다는 불만이 여러 건 접수됐다"며 "사용 금지 조치는 모바일과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십억명 인도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도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을 배제하겠다고 했었다. 현행 법규를 개정해 인도 통신사가 중국 기업이 생산한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도 국영 통신사인 BSNL과 MTNL이 통신장비 입찰에서 화웨이와 ZTE를 선정했지만, 인도 정부가 이 결정을 취소하고 국산 장비를 이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미국발 제재에도 독주...유럽 '反 화웨이 이탈' 움직임도

중국 디지털 산업은 미국의 지속적인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지켜왔다. 무엇보다 '안방'인 자국 시장의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유럽 등 주요국에서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Dell'Oro)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의 2020년 1분기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직전 분기 대비 0.4%포인트 상승한 35.7%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줄곧 1위다. 2위인 에릭슨(24.8%)과는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수치다. 삼성전자는 13.2%로, 노키아(15.8%)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전체 RAN(무선 접속 네트워크·Radio Access Network) 시장에서도 독주하고 있다. 이 회사의 1분기 시장점유율은 32.8%로 직전 대비 1.8% 상승했고, LTE(Long-Term Evolution) 장비 점유율 역시 에릭슨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유럽 주요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이탈도 미국발 제재 실효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5G 상용화를 위해 기존 장비 공급 업체인 화웨이와 에릭슨의 제품을 계속 쓰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대표 통신사인 텔레2도 최근 화웨이 장비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스톡홀름 등 주요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영국 보다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스콧 페티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배제하려면 수십억 파운드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며 "통신사들이 기존 장비를 교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면 영국의 5G 리더십은 힘을 잃을 것"이라고 했다.

◇'최대 시장' 인도발 공세 직격탄…"인도 역시 피해"

이처럼 미국발 제재에도 선두를 지키던 중국 디지털 산업이지만, 이번 인도발 제재의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AFP와 CNN 등 외신은 내다봤다.

인구가 13억50000만 명에 달하는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디지털 업계가 주목하는 최대 시장이다. 인도 시장 선점 여부는 곧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과 직결된다. 인도 내 틱톡 사용자만 1억2000만 명을 넘는다. 이외에도 중국 거대 기술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은 이미 인도 스타트업 시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역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65%다. 이번 제재로 중국 디지털 산업 전반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라이스(Canalys)는 이날 CNN과 전화인터뷰에서 "인도는 가장 거대한 시장 중 하나로,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인도의 주요 투자사"라며 "이번 조치로 중국은 국외의 강력한 기반을 잃게 되고, 중국 디지털 산업도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 신호탄을 쏜 인도조차 큰 피해를 입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중국과 인도 모두 딜레마에 빠졌고, 특히 대중 제재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인도는 더 힘든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모디 총리가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상품 불매운동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국제 무대에서 더욱 부상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했다.

한편 양국의 국경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 내 라다크 지역에서 지난 15일 인도군과 중국군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충돌로 인도군 3명이 사망하는 등 양측에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NDTV 등 인도 언론은 보도했다. 해당 지역은 인도와 중국이 40년 넘게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인도군은 성명을 내고 "라다크 지역 갈완 계곡에서 대치 상황 해소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 격렬한 충돌이 빚어져 양측에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인도 측 사망자는 장교 한 명과 사병 두 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