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결국 홍콩 보안법 강행…美 “이제 홍콩과 중국 구분 못해”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20.06.30 12:09 수정 2020.06.30 12:11
중국이 30일 홍콩 내 국가 분열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최종 통과시켰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인 7월 1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법 통과 직전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대우 일부를 박탈하며 대중 공세 수위를 높였다.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30일 오전 사흘간의 회의를 마무리하며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오전 9시에 시작한 회의는 15분 만에 끝났고 162명 위원 만장일치로 법안이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정부는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 홍콩 보안법을 추가해 하루 뒤인 7월 1일부터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월 1일은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23주년 되는 날이다.

 캐리 람(왼쪽 다섯 번째)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5월 28일 거리에서 홍콩 보안법 지지 청원에 참여했다. /중국 신화사
캐리 람(왼쪽 다섯 번째)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이 5월 28일 거리에서 홍콩 보안법 지지 청원에 참여했다. /중국 신화사
홍콩 보안법은 국가 분리독립, 전복, 테러리즘, 외국 세력과의 공모 행위를 금지·처벌하고 홍콩에 이를 전담하는 정보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직 홍콩 보안법 위반자에 대한 형량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언론 매체들은 전인대 상무위 심의 과정에서 최고 형량이 종신형으로 높아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사가 이날 오후 홍콩 보안법의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홍콩 보안법 시행으로 중국 본토와 홍콩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평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외국 언론 매체들이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면 국제 금융·상업 허브로서의 홍콩 지위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의 금융 경쟁력을 더 높일 조치들을 내놓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홍콩의 한 건물 벽면에 내걸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홍보물. /중국 신화사
홍콩의 한 건물 벽면에 내걸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홍보물. /중국 신화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9일 중국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 간 자산 관리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을 밝혔다. 주식, 채권에 이어 자산 관리 분야까지 금융 시장 연결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홍콩 보안법 시행을 강행하면서 중국과 미국 간 대립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 정부에 홍콩 보안법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30일 중국 전인대 상무위에서 홍콩 보안법 통과가 유력해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하고 특별혜택 일부를 중단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9일 성명을 내고 홍콩에 미국산 방위 장비 수출을 중단하고 중국과 마찬가지로 홍콩에도 미국 방위와 (상업·군사) 이중 용도 기술에 대해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의 자유를 빼앗는 중국공산당의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에 대한 정책을 재평가하도록 했다"며 "미국은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 배지. /중국 인민일보
중국공산당 배지. /중국 인민일보
폼페이오 장관은 이제 홍콩과 중국은 사실상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약속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어기고 홍콩을 ‘일국일제(한 국가, 한 체제)’로 다루고 있으니, 미국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제 홍콩과 중국 본토로의 통제 품목 수출을 구분할 수 없어, 이런 품목이 중국 인민해방군 손에 들어가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민해방군의 주목적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중국공산당의 독재를 수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 상무부도 별도 성명을 내고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중국공산당의 홍콩 보안법 시행으로, 민감한 미국 기술이 인민해방군이나 국가안보부로 넘어갈 위험이 커졌다"며 "따라서 미국은 홍콩 특별 지위를 철폐한다"고 했다. 로스 장관은 수출 허가 예외 등 홍콩에 중국과 다르게 적용하던 특별대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미 미·중은 상대국 인사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내놨다. 미 국무부가 26일 "홍콩의 자치권, 인권, 근본적 자유를 훼손한 데 책임 있거나 이에 연루된 전·현직 중국공산당 관리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한다"고 밝히자, 중국 외교부는 29일 "홍콩 문제에 있어 악질적인 표현을 한 미국 인사에 대해 비자 제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맞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