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D-1... 승기 잡은 조원태 vs 스텝 꼬인 조현아 연합군

조귀동 기자, 최지희 기자
입력 2020.03.26 13:00 수정 2020.03.26 13:25
3자 연합 측 이사 후보, 경쟁력 낮고 경영능력 검증 못해
KCGI-반도건설, 지분 50% 자체 확보 선택 가능성
반도건설 ‘허위공시’ 가처분 지분 3.2% 강제매각 소송 걸릴까

조원태 한진 회장과 반(反) 조원태 3자 연합이 오는 27일 한진칼(180640)주주총회에서 그룹 경영권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친다. 현재 판세는 조원태 회장 쪽이 유리하다. 반조원태 연합은 꾸준히 지분을 매집하며 장기전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반조원태 연합이 봉착한 난관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보고 이들의 장기적인 승산에 의구심을 내비친다. 반조원태 연합에게 남은 길은 사실상 한진칼 지분율 50%를 확보하는 것 정도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지분 조원태 42.14% 3자 연합 42.13%

27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이 우군으로 확보한 지분은 37.49%다. 조원태 회장 지분 6.52%에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를 합친 3명의 지분이 18.3%이고,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재단·일우재단 등 재단 지분(총 3.38%)과 친족,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4.15%가 있다. 대한항공 사우회 및 자가보험 지분 3.79%까지 더하면 총 26.24%. 여기에 델타항공(10.0%), 카카오(1.0%), GS칼텍스(0.25%·추정치) 등이 가세한다.

3자 연합의 지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6.49%, KCGI가 17.29%, 반도건설이 5.0%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8.2%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기재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5%를 넘어가는 의결권이 제한됐다. 거꾸로 대한항공 사우회와 자가보험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3자 연합 측의 소송은 기각돼 대한항공 측 의결권 3.8%는 유지됐다. 두 세력의 격차가 벌어지게 된 이유다.

(왼쪽부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사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선DB
(왼쪽부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사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선DB
하지만 현재 보유한 지분율은 거의 차이가 없다. KCGI와 반도건설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다. 24일 현재 KCGI는 18.74%, 반도건설은 16.9%를 들고 있다. 이로써 3자 연합의 총 지분율은 42.13%로 올라섰다. 이에 대항해 조원태 회장 진영인 델타항공이 사실상 법적 최고 한도인 14.9%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카카오 보유 지분율에 등락이 있지만 이를 1%로 가정할 경우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은 42.14%에 달한다.

◇3자 연합, 임시주총 소집해도 명분 약해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3자 연합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분율을 더 끌어올린 뒤, 임시주총을 소집해 조원태 회장을 제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양측의 지분 매입 속도가 빠르게 전개된다는 점은 정기주총 이후 임시주총 개최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3자 연합이 임시 주총을 요구하면 11월쯤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에서 허가를 받는 데 3개월, 임시 주총 소집까지 걸리는 처리에 3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명분이다. 경영상 급박한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새 경영진 선임을 요구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27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 진영이 조 회장 연임을 비롯해 모든 안건에서 이길 경우 한진칼 이사회는 11명으로 채워진다. 이사로 선임되면 중도 해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3자 연합은 경영진 교체를 위해 최소 12명 이상의 이사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내야 한다. 한 기업의 이사가 23명 이상인, 형식을 벗어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지난 14일 발간한 한진칼 의결권 자문 보고서에서 이사 수가 10명이 넘어가는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냈다.

◇개인 주주들도 "굳이 조원태 끌어내릴 필요 있나"

3자 연합은 결국 2021년 정기 주총을 노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KCGI가 그동안 임시 주총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실질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기 주총도 쉽지만은 않다. 소수 주주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 주주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달 전쯤부터 "코로나 사태로 항공산업에 직격탄을 맞은 와중에 경영진을 바꾸는 것이 맞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여기에 지난 9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까지 나서 "운항률이 80% 감소한 상황으로, IMF 때보다 힘든 위기"라고 호소하자 주주들은 연일 관련 기사를 나르며 "지금은 3자 연합처럼 무작정 싸움을 할 땐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주주는 "가족 경영으로 인한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한진은 반드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KCGI가 내세운 ‘경영 투명성 강화’에 공감해왔지만, 이번 위기는 항공사 존폐가 달린 것 같아 우선은 현 경영진 체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3자 연합이 항공사를 경영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특히 이번에 내세운 이사 후보들을 조원태 회장 진영의 경영진 및 사외이사와 비교했을 때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ISS는 김신배 전 SK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연합 측 사내이사 후보 2명과 사외이사 후보 4명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긴요하게 필요한 인물이 아닌 한, 이사회 구성원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반대 의견을 서술하진 않았지만, 후보의 ‘자격’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특히 ISS는 3자 연합의 경영진 교체론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사내이사 선임 건과 관련, 대항 세력(3자 연합)은 전면적인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제안을 내놓는 데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ISS는 "(지난해처럼) 그레이스홀딩스(KCGI의 자회사로 한진칼 지분 보유)가 소수 주주로 남아있을 때는 경영능력에 대해 따져보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조원태 회장 체제)을 바꾸겠다고 나선 이상 대항 세력의 제안이 나은 점이 뭔지 따져보아야 한다"고 서술했다.

◇반도건설 주식 매각 소송 가능성

결국 KCGI와 반도건설의 지분 매입은 우호 세력을 규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3자 연합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3자 연합 측 우호 세력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지분율 2.2%까지 감안할 때, 추후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 6% 정도만 추가 매집하면 지분율 50% 선을 넘기게 된다. 하지만 두 진영이 확보한 여러 이해관계자 지분을 제외하면 실제로 개인 주주에게서 사들일 수 있는 지분은 10% 내외에 불과하다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반도건설이 공시 의무를 위반했느냐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지분 3.2%에 대한 강제 매각 명령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은 지난 24일 반도건설이 지난해 말 현재 보유한 지분 8.2% 가운데 3.2%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투자 목적을 허위 공시하면 주식 처분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08년 증권선물위원회는 컨설팅회사 DM파트너스가 한국석유공업 주식을 매집하면서 ‘단순 장내 매수’로 허위 공시한 것을 문제 삼아 지분 14.99%를 장내 매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조원태 회장 진영에서 반도건설이 취득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며 소송을 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