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의 화끈한 지원, 채권펀드 자금 이탈 멈출까

이경민 기자
입력 2020.03.26 11:00
우한 코로나발(發) 충격이 회사채 시장까지 확산되면서 채권펀드와 MMF(머니마켓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42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지원책이 채권펀드 투자자의 불안을 달래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나서 국채 금리가 안정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보강해 민간 신용시장을 지원하는 것이어서 회사채 시장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시장이 안정돼 회사채 금리가 내려가면 회사채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에 채권펀드 수익률도 좋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대책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충격을 지연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코로나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문재인(뒷줄 가운데)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뒷줄 가운데)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가 급격하게 커지는 등 우량 회사채 시장도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AA-등급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상승폭은 0.213%포인트(P)로, 올해 들어 이번달 13일까지의 스프레드 상승폭(0.086%P)을 크게 웃돌았다.

신용스프레드 상승은 회사채의 금리가 국고채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신용스프레드가 오르면 기업의 회사채 발행 비용이 늘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회사채 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대된다. 단기 회사채인 CP(기업어음) 91일물도 최근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회사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회사채에 투자하는 채권펀드와 MMF에서도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이달 들어 23일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와 MMF에서는 각각 2조7222억원, 9조9499억원이 순유출됐다.

채권형 펀드는 국공채나 회사채에 투자해서 채권 이자 수익과 매매 차익을 얻는 상품이다. 통상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올라 펀드 수익률도 오른다. 하지만 금융위기나 전염병 등의 악재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회사채 부도 우려가 커져 펀드에서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MMF는 단기 회사채와 CP 등에 투자한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실물경제가 위축되자 100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주식·회사채·단기자금 시장에 41조8000억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에 29조2000억원, 중소기업·중견기업에 29조1000억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은행도 이날 앞으로 석 달간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발표로 이날 채권 장외시장에서 국채 5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18.3bp(1bp=0.01%p) 하락한 1.201%에서 거래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금융과 실물 경제를 지원하는 전례없는 대책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실물 경기 둔화가 신용 위험으로 번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채권펀드에 대한 투자심리도 당분간 회복될 전망이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 채권 본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한 달 뒤에야 대책이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빠르게 정부 대책이 나오고 있어 회사채 시장에 대한 불안심리도 빠르게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자금 지원이 적재적소에 이뤄지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지 않는 등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가 예상보다 장기화돼 경기 회복이 느려지면 이런 대규모 지원책도 단기 대책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사욱 미래에셋자산운용 국내 채권 본부장은 "필요한 대책이 나와준 건 다행이지만 얼마나 빨리 자금 조달을 실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홍 본부장은 정부가 우량 CP(기업어음)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자금 조달 조건이 괜찮은 곳보다는 자금 지원이 절실한 부실 CP부터 먼저 챙겨야 부도 도미노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