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도, 주민도, 학생도 無’ 삼중고에 신촌 대학가 상권 ‘울상’

박소정 기자, 정민하 기자
입력 2020.03.26 10:05 수정 2020.03.26 10:12
‘사회적 거리두기’·‘온라인 개강’…대학가 상권 타격
신촌 상권, 지난해 3월 대비 매출액 50% 이상 하락
"네 개 대학이 목숨 줄인데" "밤이 낮처럼 썰렁해"
‘착한 임대인 운동'은 참여율 저조해 실효성 낮아

"점심 시간동안 7만9000원 팔았어. 평소에는 80만원은 거뜬하게 찍히는 시간인데 말이야."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51년째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김인규(65)씨가 손님 없이 휑한 가게 테이블에 앉아 푸념했다. 고작 삼계탕 네 그릇과 전기통닭 한 마리, 술 세 병이 이날 점심 매출의 전부라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가 터지고 매출 80%가 줄었다. 이 골목만 해도 문 닫은 곳이 다섯 군데인데, 여기 뿐 아니라 신촌 전체가 이렇다"며 "감염병 때문이라 누굴 원망도 못하는 신세"라고 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신촌 등 대학가 상권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유동 인구 자체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대학들 강의도 모조리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주 소비층인 대학생들의 발길도 뜸해졌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의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나름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여전히 상인들은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4일 오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개강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어 휑한 모습이다. /정민하 기자
지난 24일 오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개강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없어 휑한 모습이다. /정민하 기자
◇‘온라인 개강’에 대학생 없는 신촌 상권… 작년 3월 매출 반토막
대학가 개강 시즌인 3월, 평소라면 북적여야 할 신촌·이대 일대 거리는 썰렁했다. 밤이 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촌 명물거리에서 19년간 장사를 해온 한상곤(54)씨는 "저녁이 오히려 더 심각하다. 낮처럼 사람이 없다"며 "우리 건물 만 해도 우리 가게랑 노래방, 복권방이 닫았다. 2~3층은 중국식 요리집인데 배달 위주로 하는데도 장사가 안돼서 울상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갈 지) 기약이 없으니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신촌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전년도 3월과 비교해 신촌 상권 매출액은 50% 이상 떨어졌다. 상인들의 체감은 더 심각하다. 이대에서 의류 잡화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39)씨는 평소 평일 하루 매출이 150만원에서 2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8분의1 수준이다. 30%인 마진율까지 계산하면 440만원인 월세를 감당하기 버거운 실정이다.

박씨는 "주로 판매하는 제품이 양말, 머리핀 등 가격이 저렴한 악세서리류인데도 중국인 관광객에서 시작해 우한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장사가 안된다"며 "그나마 연세대나 이화여대 등 학생들의 개학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온라인 강의가 계속해서 연장되면서 그 매출 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상가에 ‘임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민하 기자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상가에 ‘임대’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민하 기자
코로나 사태로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 일대 상권을 지나는 사람 수 자체가 준 것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끊겼다. 여기에 대부분의 대학이 온라인으로 강의로 대체하면서, ‘개강 대목’ 마저 사라져 버렸다. 신촌 상인들 사이에선 "내국인도, 외국인도, 대학생도 없는 삼중고(三重苦)에 빠졌다"는 소리가 나온다.

한 상인은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서강대 4개 대학이 여기 목숨줄인데, 학교에 사람이 없으니 여기는 다 주저 앉아 버렸다"며 "일단 가게 문을 닫고 오프라인 강의가 어서 시작되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 임대인 운동’ 자구책에도…신촌 상권 내 참여 건물주는 ‘10여명’
상황이 악화하자 신촌상인연합회도 ‘착한 임대인 운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신촌 일대에는 "임대인, 임차인 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합시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임대료 부담이 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임대인이 한시로 임대료를 낮추면, 낮춘 금액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다. 이 운동에 참여한 임대인은 오는 7월에 부과되는 임대인 소득·법인세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문화공원 일대에 ‘착한 임대인운동에 동참합시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민하 기자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문화공원 일대에 ‘착한 임대인운동에 동참합시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민하 기자
그러나 참여율이 저조해 대부분의 상인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상인은 "우리 건물에 세입자가 4명이어서, 2월 말쯤 건물주를 단체 카카오톡방에 초대해 ‘어려울 때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겠냐’며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다. 그런데 결국 안 해줬다"며 "사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는 임대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와 신촌상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실제로 신촌 상권에서 이 운동에 동참한 건물주는 13명 정도에 불과하다. 강제성이 없어 오롯이 건물주의 선의에 기대야 하고, 정부가 제시한 세제 혜택은 별로 효율성이 없다고 보는 건물주들이 많은 탓이다.

정부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상인들의 피해를 줄여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임대료 인하분의 30%를 건물 개보수 비용으로 지원하는 등 추가 지원 사업 계획이 있으니 건물주 분들에게 마냥 효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시 사업에서 구체화돼서 자치구에서 집행하게 되면 이런 내용을 알려 많이 참여해 달라고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목표치는 절반 이상의 임대인이 이 운동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