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트렌드 놓친 대형마트들… 317만명 유통업 칼바람

이성훈 기자, 석남준 기자
입력 2020.02.14 03:07

[벼랑 끝 몰린 대형 유통업체] 수익 내리막 - 이마트 영업이익 67% 감소, 롯데마트 250억 적자 고용 직격탄 - 사업 잇따라 철수… 롯데에서만 1만~2만명 영향 그래도 규제 - 정부 강제휴업·신규출점 제한, 업계 몰락 부추겨


롯데쇼핑이 오프라인 매장 200개를 없애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선진 유통업계가 경고하는 '소매업 대재앙(retail apocalypse)'이 국내에서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통의 패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산업의 대전환이 시작된 미국에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이미 무더기 폐점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존 같은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가 제대로 발달하지도 못했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소상공인 상권을 침해하는 적(敵)으로 내몰려 강제 휴업, 신규 출점 제한 등 규제에 시달리며 위기가 더 빨리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른 폐점, 고용에 직격탄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은 2010년대 초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2011년 1조7000억원이던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작년 4279억원으로 급감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해 1507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67.4% 줄어든 수치로, 사상 최고였던 2013년 7350억원의 5분의 1토막 수준이다. 작년 2분기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영업적자를 봤다. 이마트도 이미 사업 재편에 돌입, 작년 말 잡화점 '삐에로쇼핑'의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2018년 시작한 사업을 1년 만에 접기로 한 것이다. 이마트 계열 헬스케어·화장품 전문점인 '부츠'도 33개 점포 중 절반이 넘는 18개를 닫기로 했다.

유통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표적 업종으로, 오프라인 유통점의 잇따른 폐점은 고용 감소와 직결된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유통산업 종사자 수는 약 317만명(2017년 기준)으로 전체 고용의 약 15%를 차지한다. 대형마트 1개 점포에 보통 직접 고용 인원만 150~200명, 판촉 사원 등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500명 정도가 근무한다. 롯데쇼핑이 단계적으로 폐점하기로 한 200개 매장의 상당수가 대형마트보다 작은 수퍼마켓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만~2만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일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인력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이 몰락한 자리를 온라인 유통이 대체하고 있지만, 고용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유통은 배달 직원과 IT(정보기술) 인력을 고용하지만, 기본적으로 무인화로 운영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의 고용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온라인 유통의 고용 효과는 오프라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며 "국내에선 온라인 유통업체의 수익성도 나빠, 이들이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낡은 규제와 외교 갈등 희생양

국내 대형유통업체의 몰락은 기업의 혁신 부재와 잘못된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4조원으로 오프라인 거래액 340조원의 40%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은 7개 유통 계열사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을 올해 상반기에야 출범시킨다. 온라인 쇼핑 대응이 그만큼 늦었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속한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통합법인인 SSG닷컴도 지난해 출범했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유통 업체인 미국의 월마트가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아마존에 대항하며 실적을 내는 것과 대비된다. 월마트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가까운 매장에서 곧장 받아가는 '픽업' 서비스 등이 인기를 끌며, 작년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2배가량 늘어난 33억달러(약 4조원) 순이익을 올렸다. 정부 차원에서도 유통산업 발전에 대한 대안 없이 규제만 남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통 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만들어 대형마트의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했지만 정작 전통 시장은 되살아나지 못했다. 또 서울시는 롯데마트가 2014년 매입한 서울 상암동 2만㎡에 대해 개발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지자체의 '해결 불가능한' 규제도 많았다. 최근엔 스타필드 같은 대형 몰에도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업계와 정부 모두 온라인 쇼핑이라는 대세에 휩쓸려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