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테크 레터] 소프트뱅크가 3000억 투자한 美 스타트업이 폐업했다… 잇단 투자 실패에 '빨간불'

강동철 기자
입력 2020.02.13 04:07 수정 2020.02.13 07:53
강동철 기자
강동철 기자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일본 소프트뱅크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투자에 계속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서 2억4000만달러를 투자받았던 미국 스타트업인 브랜드리스가 10일(현지 시각)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주요 투자사 가운데 첫 번째 폐업 업체가 나온 겁니다.

이 회사는 2012년 창업 후 샴푸·비누 같은 생활용품부터 반려동물용 제품, 유기농 식품 등을 자체 브랜드로 저가 판매해온 '미국판 노브랜드' 업체였습니다. 창업 초기 제품 대부분을 3달러라는 저가에 온라인으로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었고, 2018년 7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에서 거액을 투자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제대로 뚫지 못하고,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거대 유통업체들에 밀려 투자 유치 후 2년도 안 돼 결국 폐업하게 된 겁니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디인포메이션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뒤 브랜드리스의 경영진이 물갈이됐다"며 "소프트뱅크가 브랜드리스의 빠른 흑자 전환을 추구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 화를 불러왔다는 겁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문제는 투자 실패 사례가 계속 보인다는 점입니다. 작년에는 핵심 투자사였던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하면서 기업 가치도 480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급전직하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 지분 중 상당수를 손실 처리했습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한 차량 공유 업체 우버 역시 소프트뱅크의 주요 투자 업체 중 하나입니다.

벤처투자 업계 내 소프트뱅크의 입지 역시 흔들리는 모양새입니다. 당초 1080억달러 규모로 예정됐던 2차 비전펀드가 목표치의 절반도 못 채웠습니다. 1000억달러 규모의 1차 펀드 때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아부다비 국부펀드뿐 아니라 미국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참여했지만, 2차 펀드는 대부분 소프트뱅크의 자체 자금이 차지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소프트뱅크를 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거액의 투자금으로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발판을 제공한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스타트업 업계에 버블(거품)을 끼얹어 생태계를 악화시킨다는 부정론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주요 투자들이 흔들리며 후자에 힘이 점점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이 스타트업 업계의 악(惡)이 될지, 약(藥)이 될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