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연 NST 이사장 “연구분야 52시간 적용안돼... 대한민국 망할 수 있어”

김태환 기자
입력 2020.01.14 15:02 수정 2020.01.14 23:45
신년 기자간담회, "취지는 옳지만 연구행위에 시간 개념 들어가면 안돼"

원광연(사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이 연구 분야에 주 52시간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대한민국이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 이사장은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 52시간제의 취지는 옳다고 보지만, 연구행위 자체에 시간 개념이 들어가면 대한민국은 망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구 분야는 특성상 특정 기간 내 과제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비 실험 등이 있는 날은 밤 늦게까지 연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일률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적용할 경우 연구 성과나 효율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원 이사장은 "다행히도 주52시간제의 취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연구자들이 삶과 연구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로 ‘재량근로제’가 있다"면서 "현재 25개 출연연 가운데 15개 정도가 재량근로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직 채용 시 나이, 학력 등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도 과학계에 맞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원 이사장은 "새로운 인력을 모집할 때 출신 학교와 연구실 경력은 연구 분야 특성에 맞게 사람을 볼 수 있는 점"이라며 "국제수준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이사장은 이날 지난해 국가연구개발시스템으로 새롭게 정립한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의 ‘역할과 책임(R&R, Roll and Responsibility)’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R&R은 기존 ‘연구과제중심제도(PBS, Project-based system)’를 대신해 과학기술분야 25개 출연연을 특성화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개발(R&D) 구조다.

PBS는 연구자 인건비를 외부 과제에서 충당하도록 해 활발한 연구가 일어나도록 하는 순기능을 가졌으나 중복 과제와 연구 효율 저하라는 문제를 불러왔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국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각각 출연연이 특성화사업 분야를 정하는 R&R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그는 R&R에 따라 연구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문제나 공공성을 가진 거대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이사장은 "미세먼지와 같은 사회적 문제, 과학적 빅 이슈는 한 분야에서 책임질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원 이사장은 "우리는 1개 출연연이 아니라 특정 이슈에 여러 출연연이 참여해서 정부와 협약하는 방식을 희망한다"며 "흩어져 있는 많은 과제들을 각 프로그램 별로 묶도록 이전시키고 책임 기관이 다른 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다같이 융합 연구를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NST는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의 경영 자율성과 연구 유연성 보장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출연연이 참여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이사장 1인과 각 분야 전문가 및 부처 관계자 16명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