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충돌 완화에 국제유가 닷새째 하락…올해 향방은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1.14 14:49
미국과 이란의 충돌 우려가 잦아들면서 국제유가가 5일 연속 하락했다. 전쟁 직전으로 치닫던 중동 지역 긴장이 누그러지면서 유가도 빠르게 진정되는 분위기다.

1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6%(0.96달러) 떨어진 58.08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1.2%(0.78달러) 내린 6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군부 핵심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하면서 치솟던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 후퇴로 5일 연속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는 "13일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 긴장 완화와 미 정제마진 부진 등의 영향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석유 회사가 셰일 석유를 시추하고 있는 모습. / 미국 지역공동체 환경보호기금
미국의 한 석유 회사가 셰일 석유를 시추하고 있는 모습. / 미국 지역공동체 환경보호기금
애초 석유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국제유가 흐름이 크게 ①미국의 셰일 생산량, ②글로벌 석유 수요 회복 여부 ③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미국와 이란발(發) 중동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올해 유가 향방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중이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그룹은 지난 12일 낸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이란의 긴장 상황이 여러 차례 되풀이될 경우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기존 배럴당 62달러에서 65.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에서는 "올해 석유시장이 공급 과잉일 가능성이 커 국제유가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이달부터 OPEC의 감산 기조가 확대되고 있지만,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 증가폭이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1230만 배럴이었던 미국의 일평균 원유 생산량은 올해 일평균 1320만 배럴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지난해 세계 1위 산유국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에는 석유 수출이 수입보다 8만9000배럴 많은 순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노르웨이, 캐나다, 브라질 등이 증산에 나서면서 OPEC을 제외한 산유국의 원유 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OPEC을 제외한 산유국의 등장에 석유시장에서 중동의 위세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9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직후 유가가 단기 상승하며 70달러를 돌파했지만, 2주 만에 피격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백영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최악의 시나리오인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에도 과거 대비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전망"이라면서 "미국 셰일 원유생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세계 원유 생산에서 중동지역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