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거시경제 좋아진다"… 전문가 "냉철한 인식 아쉬워"

세종=정원석 기자, 세종=최효정 기자, 고성민 기자
입력 2020.01.14 14:49 수정 2020.01.14 15:59
文대통령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 원상회복 돼야"
전문가 "단기적으로 집값 잡겠지만, 시장 왜곡될 것"

"우리 경제의 부정적인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는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국내외에서 일치한다."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2.0%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는 2%초반으로 다소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을 두고 "거시경제가 좋아 진다"고 표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국제기구나 한국은행 등의 예측"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시각에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됐다고 봤다. GDP 성장률은 2017년 3.2%, 2018년 2.7%에 이어 지난해는 2.0% 안팎으로 3년 연속 후퇴했다.

정부를 제외한 각종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2.0~2.3% 수준으로 전망하는데, 대부분 3년 연속 가파른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거시 경제가 좋아 진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회복 가능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 너무 일찍 자신감을 나타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작년보다는 경기가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하반기까지 완전히 회복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보다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2.0% 안팎의 성장률에 대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자화자찬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우리 경제는 2% 정도 성장한 것 같다"면서 "과거에 비하면 성장률이 낮아진 것이지만, 세계적으로 ‘30-50 클럽’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의 결과"라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을 포함한 7개국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논리다.

이에 대해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10년 평균 성장률이 1% 수준이었던 나라들보다 성장률이 높아서 선방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논리인 것 같다"면서 "오히려 여전히 신흥국에 가까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은 것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이를 반등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더 강한 부동산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겠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부작용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일부 지역은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다. 그런 가격 상승들은 원상회복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을 더 높이고 시장을 왜곡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공급이 적은데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주택거래허가제 같은 더 강한 대책을 내놓는다고 집값이 잡히겠느냐"며 "지금까지 그렇게 실험을 많이해놓고 또 실험을 해서 사회적으로 불안한 양상을 지속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호가를 떨어뜨리고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정부가 부동산규제를 내놓아도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고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이 되풀이돼왔지 않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이 "타다 문제처럼 신구산업 간의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문제를 논의하는 사회적 타협기구들이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기존의 혁신하는 분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 같은 보다 혁신적인 사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산업의 저항에 막혀 답보상태인 한국의 혁신사업에 대한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위 교수는 그러나 "글로벌 수준에서 볼 때 한국의 규제 철폐는 아직 미흡하며 특히 AI, 빅데이터 관련 4차산업혁명이 타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는 점을 국민에 호소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했다. 타다 측은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