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늘 나는 車’도 해외에서 만들도록 내버려 둘 건가

진상훈 기자
입력 2020.01.14 10:40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005380)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개인용 비행체(PAV) ‘S-A1’에 많은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S-A1은 현대차가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만든 비행체 콘셉트 모델이다. 활주로가 필요한 일반 비행기와 달리 헬리콥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며 버스나 택시를 대신해 주로 도심에서의 이동수단으로 활용된다.

현대차는 S-A1 공개와 함께 앞으로 지상을 넘어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을 만들고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척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기업 우버와의 협업도 발표하며 공중에 차를 띄우겠다는 계획이 단지 먼 미래의 막연한 청사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일, 일본차 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며 글로벌 시장 5위권 브랜드까지 성장한 현대차는 하늘길에서만큼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빠른 추격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장 앞선 자)’가 돼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번 CES 기간 중 현대차의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직접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2028년에는 항공 모빌리티 사업이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현대차는 공중으로 차를 띄우기까지 수년간 진행될 연구개발(R&D)과 검증의 주(主) 무대가 한국이 될 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어느 나라가 될 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는 막연한 계획만 밝혔을 뿐이다.

하늘 나는 차에 앞서 차량공유서비스와 자율주행차 등 현대차가 진행 중인 미래 모빌리티 투자는 대부분 해외에서 주로 이뤄졌다. 현대차는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기업인 그랩에 2억7500만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인도 1위 업체 올라에도 3억달러를 투자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지난해 9월 20억달러를 투입해 미국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투자나 협업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현대차의 미래 신사업 투자가 주로 나라 밖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의 해묵은 규제를 바꾸거나 제도적인 지원을 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온 정부, 정치권이 자초한 결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에서는 완전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이 돼서야 전국에 7곳의 규제자유특구를 만들면서 세종시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행을 허용했다. 차량공유서비스의 경우 미국과 동남아 등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린데 비해 국내에서는 승합차 호출서비스인 타다조차도 택시업계의 반발에 가로막혀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물론 규제를 무작정 제거하는게 능사는 아니다. 특히 하늘을 나는 새로운 이동수단의 경우 기존 자동차에 비해 훨씬 많은 사고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더 촘촘한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 돼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의 하늘길 개척이 뒤늦게 제도의 벽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규제를 바꾸고 제도적 지원을 하는데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CES 기간 중 현대차 전시관을 찾은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정부도 항공 모빌리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기체개발 인증과 관제 등 관련 인프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빈 말에 그칠 경우 차가 하늘길을 질주하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과실도 결국 남의 몫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