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실나면 수수료 안받습니다"

김민정 기자
입력 2019.12.03 03:11

- 금융사들, 의무 추진에 유치 경쟁 수령 시기 늦추면 70~80% 할인… 사회초년생 가입땐 깎아주기도 '연금 계좌 갈아타기' 쉬워져 조건 따져 금융사 옮겨볼만 "수익률 높이려는 노력도 중요"


"청년 고객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 할인" "중소기업 수수료율 인하"….

금융사들이 최근 앞다퉈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IR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부터는 기존의 개인형 IRP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기는 것이 훨씬 간편해져 금융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단계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율도 경쟁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낮은 수익률, 수수료를 아껴야"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올해 2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기업 등 사용자가 피용자인 근로자의 퇴직금을 적립하는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스스로 금융사를 골라 가입하는 개인형 IRP를 합친 규모다. 시장은 성장하는데 수익률은 하락세다. 작년 한 해 전체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1.01%로 1%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수익률이 워낙 저조하다 보니 소폭 수수료 인하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작년 평균 개인형 IRP 수수료는 연 0.46% 수준이었는데, 최근 금융사들이 잇따라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수수료 혜택들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수수료 혜택은 '손실이 날 경우 수수료를 안 받겠다'는 것이다. 작년 개인형 IRP 평균 수익률이 -0.39%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만큼 이 면제 혜택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개인형 IRP에서 수익이 나지 않은 고객은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개인형 IRP에 적립한 돈을 일시에 찾지 않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수수료 혜택을 주는 곳도 있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은 연금으로 수령할 때 운용 관리 수수료(0.1%)를 깎아준다. 하나은행은 수수료를 최고 80%, 우리은행은 최고 70%까지 할인해주기로 했다. 사회 초년생 혜택도 있다. 하나은행은 만 19~34세 고객에게 개인형 IRP 수수료를 70% 인하해준다. KB국민은행은 가입 시점에 만 39세 이하인 청년 고객에게 운용 관리 수수료를 평생 20% 깎아준다.

업계 관계자들은 "퇴직연금은 가입 기간이 긴 만큼 이왕이면 수수료 조건이 유리한 곳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달 말부터는 금융사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연금 계좌 갈아타기'가 가능해질 전망이라 조건을 따져 금융사를 옮기는 기존 가입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개인형 IRP 가입자는 가입하고자 하는 새로운 금융 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신청만 하면 계좌 이전이 이뤄진다.

◇"가입자도 퇴직연금 수익률에 관심을"

금융사들은 개인형 IRP뿐 아니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도 공격적 수수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가 단계적으로 기업들의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규모 이상 기업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예상에 금융사들이 고객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DB형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0.01~0.04%포인트 인하했으며,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DB형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각각 0.01~0.09%포인트, 0.04%포인트씩 인하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수수료 절감도 중요하지만,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고객과 정부·금융사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운용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운용 주체가 사용자(기업)인 DB형 퇴직연금을 제외하고,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IRP는 운용 주체가 금융사가 아닌 가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