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인천공항 입찰 공고에 촉각…"주판알 튕기기"

안상희 기자
입력 2019.12.03 06:00
인천공항공사 "연내 1터미널 면세점 입찰 공고 계획"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면세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흥행에 실패한 시내면세점 입찰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2일 인천공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는 내년 8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 사업권 8개 구역에 대한 입찰 공고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8개 구역은 롯데면세점(DF3 주류·담배), 신라면세점(DF2 화장품·향수, DF4 주류·담배, DF6 패션·잡화), 신세계(DF7 패션·잡화) 등 대기업 구역 5곳과 SM면세점(DF9 전품목), 시티플러스(DF10 전품목), 엔타스듀티프리(DF12 주류·담배) 등 중소기업 구역 3곳 등 총 8곳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점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입찰을 열심히 준비 중"이라며 "아직 입찰 방식, 구역, 평가, 기간 등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점 임대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고가 5년으로 나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안상희 기자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안상희 기자
◇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상징성 커…바잉파워·해외진출에 용이"

면세업계가 임대료가 높은 인천공항에 앞다퉈 면세점을 운영하려는 것은 수익보다는 상징적인 이유 때문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을 거쳐야 해외 면세점 진출이 쉽고, 공항에 전 세계인이 오가는 만큼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매하는 물건 규모가 커져 협상력이 커지는 '바잉파워(buying power·구매력)' 면에서도 유리하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조6000억원이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면세점이 입점되어 있으면 유치하기 어려운 브랜드의 계약이 상대적으로 쉬워지고, 운영하는 시내면세점 입점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에서는 특히 화장품, 향수 구역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화장품·향수가 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품목이고 패션·잡화는 줄곧 유찰되어왔다"며 "이 때문에 입찰에서 공사가 구역을 어떻게 나눠낼 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운영 중인 3개 구역이 모두 입찰 대상이다. 그만큼 이를 지키고 구역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3개 구역을 철수하면서 운영 구역이 줄어든 만큼 이번 입찰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2월 말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제1터미널 3개 구역에 대해 사업권 해지를 신청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를 그해 3월 9일 승인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단체관광 금지가 이어지면서 임대료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사업권을 내주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롯데가 운영하던 면세구역은 신세계면세점이 이어받았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 함께 '빅3' 면세점에 안착한 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이번 인천공항 입찰전에서 영역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삼성동에 이어 동대문에서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게 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인천공항 입찰전을 검토 중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계약 현황./인천공항공사 제공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계약 현황./인천공항공사 제공
◇ "인천공항과 온도차 나는 시내면세점 관심…황금알 낳는다는 말은 옛말"

인천공항면세점에 대한 관심과 달리, 앞서 진행된 시내면세점 입찰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관세청이 지난달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서울(3개)·인천(1개)·광주(1개) 시내 5개 면세점 특허권 입찰에는 현대백화점만 유일하게 서울 지역에 신청서를 제출해 운영권(특허권)을 따냈다. 인천과 광주는 신청 업체가 없어 선정 절차 자체가 중단됐다. 면세 빅3 업체인 롯데, 신라, 신세계는 시내면세점 신청에 불참했다.

2015년만 해도 서울에 배정된 3개의 면세점 허가권을 따내기 위해 빅3 면세점은 물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이랜드, SK네트웍스, HDC신라 등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고, 여기에 수수료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빅3 외 기업들이 하나 둘 업계를 떠났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13개로,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4월 여의도에 자리한 한화그룹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갤러리아면세점63)에 이어 10월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그룹의 두산면세점도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모두 바잉파워인 규모의 한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업을 지속하더라도 이익구조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바잉파워가 필요한 면세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면세점 특허를 허용했다"며 "정부가 구매한도(5000달러) 뿐 아니라 면세한도(600달러)도 늘려줘 기존 면세 사업자의 활로를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