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한 달이 고비… 해외 수주에 사활 건 건설업계

유한빛 기자
입력 2019.12.02 13:50
연말이 되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 매달리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추가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올해 경영목표를 달성할 방법은 해외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표는 커녕 작년만큼의 수주량도 채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일 해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내 건설업계의 올해 누적 해외수주액은 179억9708만 달러(한화 약 21조2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은 외국 정부들이 본격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하반기가 되면 플랜트 등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중동 정세와 미중 무역 마찰 등으로 예상보다 발주 물량이 줄며 수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국내 건설업계의 최대 시장이던 중동 수주액은 올해 누적 44억551만 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아시아 지역의 올해 누적 수주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8% 줄어든 106억2729만 달러에 그쳤다.

신동우 해외건설협회 아시아실 실장은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위축된 데는 이라크 소요 사태의 영향이 가장 컸다"며 "아시아도 올해 내내 이어진 미·중 무역 마찰 때문에 교역량이나 운송량 등 물류업에 악영향이 있었고, 결국 운송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 /박상훈 기자
국내 한 대형 건설사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 /박상훈 기자
사정이 이런 가운데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시장에서 막바지 물밑 협상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연말까지 수주목표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올해 신규 수주액 목표를 11조7000억원으로 잡았지만, 3분기 기준 누적금액은 목표치의 37.5%인 4조3930억원에 그쳤다. 대림산업, GS건설 등의 신규 수주액도 당초 목표한 금액의 30~50%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반기는 기대보다 부진했지만, 하반기 들어 그동안 준비했던 사업장에서 수주 소식이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라며 "수주를 눈앞에 둔 사업들이 아직 남아 있고, 이전까지도 안말이 되면 연간 수주 목표액을 달성하거나 그에 준하는 실적을 냈기 때문에 비관하기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참여한 ADC컨소시엄은 아직 낙찰통지서(LOA)는 받지 않았지만, 사업비 약 2060억타카(한화 약 2조8500억원)짜리 다카국제공항 제3터미널의 시공사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올해 공격적인 수주 목표(24조1000억원)를 세운 현대건설은 3분기까지 누적 17조8000억원을 따내, 연간 목표치의 73.9%를 달성한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연말까지 올해 수주 목표를 큰 문제없이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은 수주전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했다.

대우건설은 조직 개편까지 단행하며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신규수주액은 7조4226억원으로, 올해 목표금액(10조5600억원)의 70% 정도다.

대우건설은 연말 인사와 함께 해외영업 부서인 글로벌마케팅실과 국내 공공영업업무를 합쳐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입하는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 해외 토목사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형 사장이 앞으로 국내외 수주를 직접 챙기려는 모양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2월까지 추가로 해외 사업을 따내 연말까지 올해 신규수주 목표치를 맞추려고 한다"며 "국제 유가 약세가 이어지면서 대우건설이 우위를 가진 중동시장의 발주가 위축된 점이 수주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주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동우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 영향을 미친 중동 지역의 정치 불안과 미·중 무역 분쟁, 낮은 국제유가 등은 단시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세계 경제 역시 활황으로 돌아서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20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져 해외 수주액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