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기아차, 수소차·전기차 '통합 전동화추진팀' 출범

진상훈 기자
입력 2019.11.08 06:00
현대차·기아차 전제품 전동화 전략 수립
부품 개발까지 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
수소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 플랫폼 개발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소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의 개발과 생산을 통합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로 ‘전동화추진팀’를 출범시켰다. 현대차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와 전기자동차의 표준 모델과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사업에서 이뤄지는 플랫폼 개발 방식을 본격적으로 수소차·전기차에 전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행보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6일 그룹 전동화를 추진하는 구심점으로써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전동화추진팀’을 신설했다. 전동화추진팀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생산하는 모든 차량의 전동화(電動化) 전략을 수립한다. 일종의 통합 지휘소를 구성한 것이다. 그룹 기획조정실 산하 조직으로 출범하는 전동화추진팀의 총괄팀장은 서문석 기획조정실 전무가 임명됐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에센시아’/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선보인 전기차 콘셉트카 ‘에센시아’/현대차 제공
전동화추진팀은 크게 전기차를 총괄하는 EV(전기차·Electric Vehicle)그룹과 수소차를 담당하는 FCEV(연료전지차·Fuel Cell Electric Vehicle)그룹으로 나뉜다. 각 그룹은 과장급 이상의 책임매니저와 책임연구원들로 구성됐다.

EV그룹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시스템 개발과 배터리 수급, 충전인프라 조성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다. FCEV그룹은 수소차 시스템 개발과 수소차 전용부품 수급, 수소충전인프라 확충 등의 현안을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동화추진팀의 역할은 그룹의 전동화 세부계획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라며 "현대·기아차는 물론 현대모비스 등 계열 부품사들까지 총괄해 각종 의사결정을 하고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하는 업무도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동화추진팀의 업무 추진계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룹 전동화 전략 통합과 각 브랜드별 전동화 차별화를 동시에 수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한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내연기관차에서는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형제모델’을 만들어 판매해 왔지만, 전동화 차량은 표준 모델과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다. 예로 현대차는 아이오닉과 코나EV를, 기아차는 니로 하이브리드와 니로EV 등의 전동화 차량을 각각 판매하고 있는데 각 회사들이 파는 친환경차들은 공유하는 표준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만의 전용 전동화 플랫폼과 시스템 표준을 만들고 이와 동시에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등 각 브랜드들이 제작 과정에서 각자 가진 색채와 세부기능을 적용해 차별화하도록 진두지휘하는 것이 전동화추진팀의 핵심 역할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SUV 넥쏘/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SUV 넥쏘/현대차 제공
현재 각 자동차 메이커들은 앞다퉈 차량 전동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100여년간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아예 EQ라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현대차의 경우 차량 전동화 추진이 경쟁사들보다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수소전기차 넥쏘를 개발하며 선발주자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기술 격차를 좁히고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두권으로 도약하도록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전동화추진팀을 구성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성한데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박차를 가해 2025년까지 44종의 친환경모델을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67만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이 주도하는 그룹 전동화 전략은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로 지난달 이사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던 칼 노이먼 박사는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100% 전동화 차량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지금 전동화 차량 부문의 선두는 폴크스바겐이지만, 그 다음은 현대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참석해 정의선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대화를 나누는 칼 노이먼 박사. 그는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차량 3위권 안에 진입하기 위해 전동화 차량용 플랫폼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현대모비스 제공
지난달 22일 현대모비스 이사회에 참석해 정의선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과 대화를 나누는 칼 노이먼 박사. 그는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차량 3위권 안에 진입하기 위해 전동화 차량용 플랫폼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현대모비스 제공
한편 그룹 내부에서는 전동화추진팀 출범을 계기로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전동화 모델 역시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제네시스는 가솔린과 디젤 모델만 판매하고 있다. 오는 28일 첫 선을 보이는 브랜드 최초의 SUV 모델 GV80도 현재는 가솔린과 디젤 모델만 출시가 예정돼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주도하는 가운데 BMW와 벤츠가 신규 모델을 선보이며 추격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제네시스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모델 출시를 준비하는 일도 전동화추진팀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