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말 듣고 투자하고 있어요” 전업주부도 뛰어든 가상화폐 투자

박지영 기자
입력 2021.04.08 09:56 수정 2021.04.08 11:41
4050 전업주부도 뛰어든 가상화폐 투자
전문가 "변동성에 노출돼도 상관없는 여유 자금으로"

전업주부 김모(51)씨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온라인 금융 거래가 익숙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겨우 코인 거래소의 계좌를 열었다. 김씨는 "공부를 하긴 하지만 가상화폐는 주식이나 부동산과 다르게 실물이 없고 블록체인 같은 기술적인 용어가 어려워 이해하기 쉽진 않다"며 "다른 주부들 역시 공부하면서 조금씩 투자를 해보는 것 같다"고 했다.

비트코인 붐이 다시 일자 전업주부 등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없는 4050도 속속 투자에 뛰어 들고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 붐이 다시 일자 전업주부 등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없는 4050도 속속 투자에 뛰어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30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가상화폐 투자에 투자 경험이 없던 중년층 여성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은 지난 6일 개당 7800만원대를 돌파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기타 다른 가상화폐를 가리키는 ‘알트코인’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하게 올라 지난 6일 개당 7800만원대를 돌파했다. /코인마켓캡 캡쳐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하게 올라 지난 6일 개당 7800만원대를 돌파했다. /코인마켓캡 캡쳐
비트코인이 ‘제2의 전성기’를 맞자 가상화폐 투자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앱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월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앱을 사용하는 이용자 수는 260만명을 넘겼다. 지난 2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앱의 이용자 수만 합쳐도 268만명에 달한다.

4050의 가상화폐 투자 비중이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이 올해 1월부터 2월 일평균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40대가 17.3%, 50대가 12%를 차지했다. 연령별 일평균 거래량 1위를 차지한 30대(39%)에 이어 2위, 3위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이 가상화폐 투자에 참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여성층 비중은 2030세대보다 4050세대가 더 높았다. 코인원에 따르면 연령별 여성 성비는 20대와 30대에서 각각 25%, 27%였지만 40대와 50대는 31%, 44%에 달했다.


조선일보DB

전업주부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회원수만 299만명이 넘는 한 대형 맘카페에선 '비트코인 알려준 남편 미워요ㅜㅜ', '코인한지 3일차... 제가 시작하니까 코인도 망하네요' 등의 게시글에는 주로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물어보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신을 ‘코알못’이라고 지칭한 한 맘카페 회원은 게시글에서 "오전에 수익이 70%였는데 지금은 마이너스"라며 "관심 있는 종목이 오전에 다같이 올랐는데 내릴 땐 다같이 내려가는 거냐"며 물었다.

맘카페 회원들은 "장난삼아 시작했는데 오르락내리락이 심해 스트레스 받는다", "3일 전 비트코인에 용돈을 넣었더니 수익률이 9%다. 더 투자하고 싶다" 등 가상화폐 투자로 얻은 결과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투자에 대한 개념이 없이 섣불리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의 대형 백화점에서 판매업을 하는 김모(50)씨는 "최근에 300만원 정도를 알트코인에 투자했다"며 "루멘스, 바나나톡 등 다양한 알트코인에 투자 중인데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로 단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투자를 했을 때 가격이 너무 내리길래 겁이 나서 손해를 보고 판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팔고 나니 다시 오르기 시작해 후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험이 없다고 가상화폐 거래를 자제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무모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변동성이 큰 자본의 경우 투자 위험이 크지만 일반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 경험이 없다고 반드시 투자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변동성에 노출되어도 상관없는 여유 자본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