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장병 "살아 돌아온 게 죄…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라"

김명지 기자
입력 2021.04.07 13:38 수정 2021.04.07 13:40
"서해수호의 날 쇼에 속은 내가 바보"
"민주당 지키라, 저는 104명 승조원 지키겠다"

천안함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인 전준영씨가 지난 6일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천안함 장병 사망 원인 재조사에 착수했다가 각하한 것과 관련해 "살아 돌아온 게 죄"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시라"고 해 논란이 됐다. 전 회장은 7일에도 ‘더불어민주당을 지키다'라는 페이스북 계정을 공유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지키세요. 저는 104명 승조원, 그리고 유가족 분들을 지키겠다"라고 했다.

전준영 천안함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 페이스북 캡쳐
전준영 천안함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 페이스북 캡쳐
천안함 폭침 당시 갑판병으로 복무했던 전 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천안함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다'는 민주당 지지자 모임 계정 게시글을 공유한 후 "쪽수가 밀려도 진실은 이긴다"며 이렇게 적었다.

전 회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서해수호의 날 쇼에 속은 내가 바보다"라며 "그 때만큼은 진심인 줄 알았다. 천안함이 부활하는 영상을 보며 그 자리에서 펑펑 울던 내 모습을 생각하니 한심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청와대, 국방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항의하는 건, 차디찬 바다에서 돌아가신 46명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전우가 전우를 살린 58명의 명예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사과 뿐"이라고 했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전 회장은 "군사망조사위는 ‘절차상 문제 없다. 고지 의무 없다’고 하고 청와대는 ‘진상규명위는 독립기관이라 청와대가 터치할 수 없다’고 한다. 국방부는 ‘세부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위임전결 처리했다’고 한다"라며 "군인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세요. 저희처럼 버림받습니다"라는 문구의 이미지를 올렸다.

규명위는 작년 12월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해 온 신상철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천안함 전사 장병 사망 원인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 사실이 지난달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사자 유족과 생존 장병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그러자 규명위는 지난 2일 긴급 회의를 열고 신씨 진정을 각하했다.

전 회장은 지난 1일 규명위의 천안함 관련 조사 소식을 접한 뒤 페이스북에 "나라가 미쳤다"며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과 생존 장병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전날(6일)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규명위는 독립기관이라 청와대가 개입할 수 없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故)민평기 상사 유가족은 "대통령 직속기관 무소불위 자리란걸 오늘 처음 알았다"며 "잘못된 절차와 과정이 있어도 자체 내부에서 알아서 할일 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조장한 진정위 위원장과 관련자들 모두 엄중하게 처리되어야 하는데 임명권자도 못 하면 누가 하게되나"라고 했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