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집 김사장이 산 코인이 떡상했다며?"⋯ 재난지원금으로 투자 나선 자영업자들

심민관 기자
입력 2021.04.07 12:06
절망에 빠진 자영업자들 가상화폐 투자
정부 지원금· 저금리 정부 지원 대출금 활용

경기도 의정부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유모(58)씨는 지난달 말 정부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돈(300만원) 전부를 가상화폐를 투자하는데 썼다. 유씨는 일주일 만에 투자한 원금의 2배가 넘는 수익금을 챙겨 밀린 월세를 냈다고 한다. 유씨가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것은 정부가 주는 지원금 만으로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유씨는 "인근 떡집 김사장도, 카페 박사장도 가상화폐를 사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떨결에 투자했는데 운이 좋아 이번에 큰 수익을 냈다"며 "정부 지원금 만으로는 정말 버티기가 너무 힘들어 위험하지만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한 식당 모습. 평소 손님으로 붐비던 식당이 재택근무 및 도시락 식사가 늘어나면서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한 식당 모습. 평소 손님으로 붐비던 식당이 재택근무 및 도시락 식사가 늘어나면서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천정부지 오르면서 정부 재난지원금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올해 초 2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7000만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현금 지급 방식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국민 혈세를 투입해 지급한 정부 지원금이 자영업자들의 가상화폐 투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불거진 작년부터 정부는 총 4회에 걸쳐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국민 혈세를 투입해 가며 대규모의 지원금을 풀었지만 경영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구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 중인 김모(48)씨는 "노래방은 밤장사가 대부분인데 영업 자체를 할 수 없게 해 지난 1년간 빚더미에 앉았다"면서 "정부 지원금이 감사하긴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37)씨도 "거리두기 정책 시행으로 영업이 수개월 제한되면서 매출이 반의 반 토막이 났는데, 일시적인 지원금 지급 만으로는 버티기가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절망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정부 지원금이나 저금리의 정부 지원 대출금을 받아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에 손을 대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투자가 성공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손실을 보는 사례가 더 많다. 대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지난달 소상공인 대출로 500만원을 받아 가상화폐를 샀다가 50% 정도 손해를 보고 팔았다고 한다. 김씨는 "코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많이 오르는 가상화폐를 샀지만, 그때가 고점이었다"면서 "시세를 확인하느라 본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신경이 쓰여 결국 손해를 보고 정리를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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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임대료 지원 같은 목적을 둔 지원이 아닌 일괄적인 현금 지급 방식의 재난지원금 정책은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한 해 정부가 국민혈세로 대규모 예산을 풀었지만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들의 경제력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심지어 최근에는 투기 자금으로까지 변질됐다는 것이다.

유현덕 소상공인연합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정부 지원금이 감사하고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근본적 해결이 되지는 못하고 있어 투자 유혹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러한 일탈을 막고 정부 재정 지출 효과를 높이려면 임대료나 각종 공과금 감면 같은 목적성을 가진 지원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 회계연도 국가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채무 규모는 약 857조원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정부 지출이 늘면서 1년 전 보다 약 120조원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