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폭주'…여당發 추경 반복되면 올해 중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세종=박성우 기자
입력 2021.04.06 10:00
작년 국가채무 846조원… 2018년 전망에 비해 2년 빨라
‘채무비율 과속’ 관리 기준도 수정...40%초반→2024년 50% 후반
전국민위로금 등 추경 또하면 나라빚 1000조원 시대
"재정건전성 양호" 정부, 지나친 낙관론…"韓비기축통화국, 믿을 건 신용뿐"

3차례에 이르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재정 퍼주기로 나라 살림살이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112조원 적자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연말 기준 국가채무가 846조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예산안을 제출할 당시 정부가 전망한 839조원보다 7조원 이상 국가채무가 더 늘어났다. 국가채무가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수가 크게 줄어든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정부 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 지표들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국가 부채는 1985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 부채는 중앙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할 연금 부담(연금충당부채) 등을 합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만들어진 2018~2022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가 846조원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2년 초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보다 2년 앞선 작년 나라빚이 전망치를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예상한 작년 국가채무는 790조8000억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2%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결산상 국가채무비율은 44%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표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됐던 43.5%보다도 0.5%P(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지난해처럼 올해도 재난지원금 등 재정퍼주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4·7 재보선을 앞두고 20조7000억원에 이르는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5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를 위해 9조9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여당에서 추진하는 전국민지원금 등이 실행되면 국가채무가 올해 중 1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왼쪽 첫번째)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배경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 한경호 기재부 재정관리국장, 이찬희 인사처 연금복지 과장. /기재부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왼쪽 첫번째)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배경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 한경호 기재부 재정관리국장, 이찬희 인사처 연금복지 과장. /기재부
◇펑펑 돈 쓰고 재정운용은 수정 ‘반복’...채무 1000조원 시대 빨라져

정부가 8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985조3000억원이었다. 2019년(1743조7000억원) 보다 241조6000억원(13.5%) 늘었다. 국가 채무는 123조7000억원이 늘어난 846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동안 정부에서 거둬들인 재정 수입과 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71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민연금 지급 등이 감안된 관리재정수지는 112조원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보다 적자가 57조원 늘어났다.

재정적자 급증으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는 이유는 각종 복지성 수당 증가로 인한 확장적 재정운용과 함께, 코로나19 극복 추경 등 정부 출범 이후 8차례나 추경이 편성되면서 지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정부의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올해 본예산 제출 당시 발표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작년말과 올해말 국가채무를 839조원과 945조원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3차 추경을 반영한 실제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으로 정부 전망치를 7조원 이상 뛰어넘었다.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 전망치 또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차 추경 등을 감안할 경우 965조원으로 지난해 전망치를 20조원 가량 넘어섰다.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시점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시기를 문재인 정부 임기(2022년 5월)가 끝나는 내년 말로 제시했다. 이 마저도 지난 2019년에 발표된 전망에서 제시된 2023년에 비해 1년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자영업자 손실보상, 전국민위로금 등을 위한 추경이 반복될 경우 국가채무는 올해 중 10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연도별 국가채무증가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연도별 국가채무증가 추이/ 자료=기획재정부
◇국가채무비율, 2016년 38.2%→2021년 48.2%…"지나친 과속"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덩달아 급증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당시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올해말 40.9%, 내년에는 41.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 1차 추경안에서 정부는 올해말 국가채무비율이 48.2%로 훌쩍 뛸 것으로 봤다. 지난해 발표한 올해 채무비율 전망치(46.7%)와도 1.5%p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 국가채무비율 50% 돌파 가능성을 강하게 점치고 있다. 집권 여당발(發) 손실보상제, 전국민위로금 지급 등이 예고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선 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전국민위로금 지급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올해 추경이 2차례 이상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면서 "국가채무비율 50% 돌파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 36% 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후 급상승하고 있다. 2018년 38.2%, 2020년 44.0%로 매년 급상승하고 있다. 올해 말 전망치(48.2%)를 감만하면 5년 사이에 10%P 이상 올라가게 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증가하는 국가채무비율은 ‘과속(過速)’이라고 판정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십 년간 국가채무비율이 40%도 되지 않았는데 불과 5년 사이에 10%P 이상 올라갈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해외와 부채 규모를 단순히 비교하면 안된다. 대부분 부채가 원래 많았던 국가가 많고 우리나라는 부채가 적다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많아지는 게 문제가 되는 상황. 2025년 이후 재정건전성을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미리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노키오 재정전망’ 틀리면 바꿔…"韓비기축통화국, 믿을 건 신용도뿐"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 또한 비판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실제 국가채무비율 관리와 관련해, 정부의 말바꾸기는 여러차례 있어왔다. 2018년 정부는 채무비율을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년 뒤 정부는 "40% 중반 수준"으로 말을 바꾼 뒤, 지난해에는 현 시점이 아닌, 2024년 50% 후반 수준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전망치를 내놨다. 급증하는 채무비율에 대해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관리 목표를 2024년으로 맞춰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정부는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4일 2020년 국가결산 브리핑에서는 기재부 재정 담당자들은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들도 양호하게 평가한다" "부채 증가속도도 굉장히 양호한 수준" 등 지나치게 낙관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코로나 위기 대응 후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채무가 한 해 100조원 이상 증가하는 재정운용은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위기 후 늘어났던 정부 지출을 정상화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대외신인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도 "정부가 재정건전성 유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보여야 정치권의 선거 공약용 재정 지출 압박에 대응이라도 할 수 있다"면서 "기재부가 원칙없이 정지권의 재정 퍼붓기 공세에 동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