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선거용 급조된 '부실' 가덕신공항法…벌써부터 무용론

김명지 기자
입력 2021.02.26 16:00
임기 1년 文대통령 "2030년 전 완공" 주문
'기재부 장관 필요에 따라 예타면제' 발목 잡을수도
野 김희국 "기본방침 없이 공항만 만들라는 법"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환경부 장관인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37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린 이 법은 지난 19일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를 거쳐 전날(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9일 이 법안이 국토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페이스북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역사가 바뀐다. 가덕도신공항이 마침내 시야에 들어왔다"라며 "2030 부산엑스포 이전에 공항을 열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부산 가덕도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향해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속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 부산지역, 신공항 건설에 오히려 장애물 우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특별법만 통과되면 2030년까지 가덕신공항이 완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4월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별법이 급조되다보니 신공항 건설에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이라도 보기에는 관련 법규가 지나치게 부실하게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부산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특별법이 오히려 가덕신공항을 후퇴시켰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에 국토위원장 대안으로 통과된 특별법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특별법에 포함됐던 가덕신공항 인프라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 사업자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보장하는 조항이 삭제됐다.

이낙연 대표는 국토소위 통과 전날 (18일) 민주당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의 (특별법) 원안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자, 부산 지역에서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원안 그대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를 통과할 특별법에 따르면, 공항 배후시설이라 할 수 있는 아파트, 상가, 도로, 철도망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업자들에게 아무런 사업 참여유인이 제공되지 않는 것이다.

논란이 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조항을 두고 다양한 해석도 나온다. 이번에 통과되는 법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공항건설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함(안 제7조)"라고 명시했다.

'기재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라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추후 기재부 장관이 예타 조사를 실시할 지, 면제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돌려 이야기하자면, 기재부 장관이 예타 면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내년 5월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을 재검토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를 우려한다. 이번 정부에서 면제를 약속받았음에도 다음 정권에서는 예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文정부 임기 1년… 다음 정권 예타 가능성 열어둬

가덕도신공항 처럼 수십조 단위로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국책 사업의 경우 사업에 착수해 예타 단계까지 가는 것에만 1년 이상이 걸린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1년 남짓 남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에서 착수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여기에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무작정 밀어붙여 논란이 된 특별법을 다음 정부에서 강하게 밀어 붙이기는 힘들다. 다음 정부의 기재부 장관이 "가덕도신공항은 예타면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명분이 없다는 뜻이다.

신공항 특별법 부실 설계도 문제다.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인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을 두고 "공항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기본방침조차 정하지 않고 공항만 만들라고 한 법"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런 법이라면 국토부는 후속절차를 차일피일 미루고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기본계획 수립한다고 몇 년 허송세월하다가 결국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부산 정치권에서는 "가덕특별법은 동남권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대못을 박은 것에 의의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인천공항 건설에 근거법이 된 '수도권신공항 촉진법'도 그 당시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규정한 제8조에서 '승인·허가·인가·면허·협의·동의·해제·심의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인천영종도'로 못을 박진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덕도' 안에서 새로 공항부지를 찾아야 하는 정부는 고민이 깊다. 가덕도의 면적은 21㎢로, 김해시 면적(434㎢)의 20분의 1이고, 인천공항 건설의 근거법인 '수도권신공항 촉진법'의 수도권 면적(1만1839㎢)의 500분의 1이다. 국토부는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공항은 가능한 여러 대안 검토를 거쳐 입지를 결정한 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