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후보에 행장까지… '급부상' 박성호에 하나금융 후계구도 변화 조짐

이윤정 기자
입력 2021.02.26 14:12
임기 1년 연장을 확정지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회장이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박성호 부행장을 낙점했다. 박 부행장은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하나은행장까지 꿰차면서 차기 회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법률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지만 여전히 그룹의 2인자로 평가받는 함영주 부회장과 1년 뒤 회장 자리를 두고 경합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하나금융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를 열고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저축은행 등 계열사 5곳에 대한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정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하나은행장엔 현재 하나금융 WM(자산관리) 그룹장(부사장)과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장을 겸임하는 박 부행장이 단독 추천됐다.

새 하나은행장 후보에 단독 추천된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하나금융지주
새 하나은행장 후보에 단독 추천된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하나금융지주
지성규 현 행장은 지난 2019년 선임된 후 안정적으로 은행을 이끌어 한때 연임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잇따라 터진 사모펀드 사태의 영향으로 결국 물러나게 됐다. 지 행장은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 상당’을 받았는데, 라임 펀드 사태로 또다시 금융감독원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박 부행장이 행장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은 최근 하나금융 회장 인사때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차기 회장 압축 후보군(숏리스트) 4명 중 한 명으로 깜짝 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애초부터 김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던 상황이었다. 이에 후보군 4명 중 외부 인사인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을 제외하면 함께 이름을 올린 함 부회장과 박 부행장이 그룹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남은 임기 1년간 후계자 양성에 집중해야 하는 김 회장의 고민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함 부회장은 현재 채용비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DLF 중징계 취소 소송도 예정돼 있다. 이진국 부회장은 주식 선행매매 등 혐의로 금감원에 적발되면서 후계 구도에서 제외됐다. 김 회장이 그룹임추위에 참여해 박 부행장을 행장으로 올린 것은 약해진 후계 구도를 보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함 부회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라는 데 하나금융 내부는 물론 외부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당초 4연임에 뜻이 없다던 김 회장이 임기 1년 연장을 수락한 점 역시 함 부회장의 법률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지만 않는다면 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회장 선임이 가능할 것"이라며 "김 회장이 받는 실익이 전혀 없음에도 임기 1년 연장에 동의한 것은 결국 함 부회장을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1년 뒤 함 부회장과 박 부행장 외 다른 인사들이 회장 후보 물망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먼저 지 행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차기 회장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은형 지주 부회장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지주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후계구도 선상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번에 하나금융투자 대표에 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