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 조이자 기업대출 늘어…한 달 새 10조 증가

유진우 기자
입력 2021.02.25 17:57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자, 수익 마련이 시급한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에서 살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에 유동성(자금)이 대거 공급되는 현상이 기업 부실 우려를 키워 자칫 시중은행 건전성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86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원 늘어났다. 1월 한 달간 늘어난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2014년 1월(10조9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증가 폭이 크다.

코로나발 경기 침체로 기업·소상공인 할 것 없이 실적이 뒷걸음질친 가운데, 자금이 급한 기업들이 은행 돈을 끌어 쓰고자 하고, 가계대출 길이 막힌 은행들 역시 이 수요를 막대한 공급으로 채우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수익구조를 뜯어보면 예대마진 의존도가 높은데,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같은 가계대출을 조이면 기업금융에 상대적으로 몰두해야만 하는 구조"라며 "마침 정부도 경기 살리기 차원에서 시중은행에 중소기업, 소상공인 상대 기업대출을 권장하고 있어 기업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여건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기업금융 확대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중소기업 육성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이미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이미지를 쌓는 데도 효과적이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를 찾은 소상공인들이 임차료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를 찾은 소상공인들이 임차료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경기침체가 이어질수록 기업대출 부도율 가능성도 같이 뛴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치른 신용위험도 관련 테스트를 보면 기업부도율 평균치는 코로나19 충격 전 1.36%에서 충격 이후 2.29%로 0.93%포인트(P) 높아졌다. 리스크 부담이 68% 늘어난 셈이다.

시중은행들 역시 각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파로 기업 부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하며 대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신용리스크 고급내부등급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신용리스크 위험가중자산 산출 방법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스스로 만든 신용평가 모형으로 모든 리스크를 측정·관리할 수 있는 기관에만 도입할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 신용리스크 위험가중자산 산출 방법 가운데 부도율(PD), 부도시 손실률(LGD), 부도시 익스포져(EAD)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을 자체적으로 산출해 신용도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달부터 당좌예금(수표 발행 목적 예금) 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기업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용등급 기준을 강화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당좌예금계좌를 만든 기업 소비자들 부도율이 급증해 이전보다 평균 한 단계 정도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에 한해 당좌예금계좌를 터주기로 했다"며 "회수율을 높이자고 평가기준을 갑자기 까다롭게 바꾸거나, 대출 문턱을 높이기는 어려워 내린 보완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