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카드포인트 현금화 흥행에 몰래 우는 카드사

박소정 기자
입력 2021.02.25 16:09
곳곳에 흩어진 카드 포인트를 한곳에서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가 흥행을 거둔 가운데, 카드사들은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눈치다.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대신 계좌이체나 본인 인증에 드는 각종 수수료 부담은 고스란히 카드사가 짊어지기 때문이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 본인인증에 드는 수수료를 현행 한 건당 40원에서 15원으로 낮추는 협상을 통신사와 진행 중이다. 소비자가 카드 포인트를 통합 조회하려면 홈페이지에서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는데, 이에 따르는 수수료는 협회가 통신사 등 인증 서비스 제공 업체에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비용은 협회 회원사인 각 카드사가 분담하는 구조다. 협회 관계자는 "생각보다 서비스 이용이 폭주해서 기존 분담금(협회비)에서 책정했던 인증 부담 수수료가 예상 범위를 한참 넘어간 상황"이라며 "수수료 인하 합의가 잘 안 되면 추가로 각 카드사에 손을 벌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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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서버를 증설하는 비용이 발생할 경우에도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는 도입 초기 이용자가 몰리면서 웹사이트가 마비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서버를 증설하는 작업과 함께 접속 대기 인원수를 띄우는 시스템을 최근 추가로 구축했다. 마치 명절 KTX 예약 화면이나 국세청 홈페이지처럼 접속자가 몰릴 시 ‘대기자 0명, 예상 대기 시간 0분’이란 문구를 띄우는 것이다. 지금껏 서버 증설에 따른 추가 분담금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버 증설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되면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카드사는 인증 수수료와 서버 증설 비용 등이 포함된 분담금뿐만 아니라, 통합 조회한 카드 포인트를 각 은행 계좌로 이체하는 데 발생하는 수수료도 오롯이 부담한다. 이 때문에 일부 카드사들은 계좌 이체 수수료만이라도 없애는 방향으로 은행과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 구축과 관련해 협회에 부담하는 비용이 꽤 많다"며 "소비자 편익이 큰 서비스다 보니 이런 불편함을 대놓고 내비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각 카드사가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와 관련해 추가로 지출하게 된 비용은 100억원대를 훌쩍 넘기는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 등이 높은 곳일수록 카드사가 내야 하는 비용은 더 커진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우려와 빅테크 기업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진출, 하반기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연 20% 초과 카드론 금리 하향 조정 압박 등 올해 카드업계에 각종 악재가 산적한 상황인 탓에, 카드사들은 이런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해 더욱 속을 끓이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등은 이르면 4월부터 카드사 수수료 원가(적격 비용) 재산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예정이다. 카드업계에선 지난해 예상 밖의 ‘불황형 호실적’이 오히려 수수료 인하 명분이 될지 모른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직접 관련된 이슈라는 점을 들어 카드 수수료를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1개월 동안 금융결제원 어카운트인포, 여신협회 계좌이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카드 포인트를 현금화한 금액이 17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용 건수는 1464만건에 달한다. 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는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 웹사이트(http://cardpoint.or.kr)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어카운트 인포’, ‘포인트 통합조회’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