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매직, 딱풀 사탕'...도넘은 편의점 이색 상품

김은영 기자
입력 2021.02.23 07:19
"구두약 초콜릿 먹다가 진짜 구두약 퍼먹을라"
재미만 좇은 이색 상품...어린이 안전 관리 '도마'
전문가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식품은 신중히 만들어야"

편의점 GS25가 내놓은 ‘모나미매직스파클링’ 음료. 포장부터 내용물까지 유성 매직과 유사하다./GS25
편의점 GS25가 내놓은 ‘모나미매직스파클링’ 음료. 포장부터 내용물까지 유성 매직과 유사하다./GS25
5살 딸을 키우는 주부 정지현씨는 얼마 전 편의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그는 "편의점에서 딱풀, 립스틱 모양의 사탕을 팔고 있었다"며 "아이가 이런 걸 먹다가 진짜 딱풀이나 립스틱을 먹을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이색 상품들이 도가 지나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먹어선 안 되는 학용품이나 구두약 등을 식품으로 재현해 어린이나 장애인, 노인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GS25가 문구 기업 모나미와 함께 출시한 '모나미매직스파클링' 음료는 유성 매직의 외형을 그대로 본 따고, 음료 색도 빨간색, 검은색으로 잉크색을 재현했다. 세븐일레븐은 립스틱과 딱풀 모양의 사탕을 출시했는데, 외형과 내용물이 실제 제품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됐다. CU는 말표 구두약 깡통에 초콜릿을 넣은 상품을 내놨다.

편의점들은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겨냥해 이색 상품들을 내놓았다고 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브랜드나 상품을 조합할수록 이목을 더 끈다는 게 편의점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색 상품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CU는 곰표 팝콘, 말표 맥주 등 이색 협업 상품을 2019년 70가지에서 지난해 400가지로 늘린 결과,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650% 증가했다. GS25가 지난해 10월 대상 청정원과 함께 선보인 '미원맛소금 팝콘'도 출시 한 달 만에 30만 개가 팔렸다.

어떤 게 진짜일까? 립스틱 사탕(윗줄 왼쪽)과 진짜 립스틱, 딱풀 캔디와 딱풀, 말표 초콜빈.(윗줄부터 시계방향)./세븐일레븐, CU
어떤 게 진짜일까? 립스틱 사탕(윗줄 왼쪽)과 진짜 립스틱, 딱풀 캔디와 딱풀, 말표 초콜빈.(윗줄부터 시계방향)./세븐일레븐, CU
하지만 소비자들은 유통업계가 '재미'를 위해 식용이 불가능한 제품 용기를 식품에 사용하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네티즌은 "먹지 않는 것과 먹어도 되는 것은 생활 속 인상으로 구분되는 건데, 이런 제품은 규칙을 헤집어 놓는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동이 딱풀 모양 사탕이나 구두약 통에 든 초콜릿을 먹다 보면, 상품 구분에 혼란이 생겨 진짜 구두약을 먹을 수도 있다"며 "이런 상품이 아이들에게 자주 노출되면, 보호자가 제대로 지도하기가 어려워진다.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아이들이 즐겨 먹는 식품은 신중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동 보호 차원에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린이용 콘텐츠의 광고를 규제하듯, 아동이 즐겨 먹는 품목에 이색 상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제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 포장지에 ‘아동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식의 경고문을 넣는 것도 대안으로 제기된다. 현재 출시되는 이색 상품 중에 이런 경고문이 들어간 상품은 없었다.

이 교수는 "최근 이색 상품이 인기를 끌다 보니, 신중한 고려 없이 재미만을 위해 제작돼 판매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며 "예방 차원에서 유통업체들의 자발적인 시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