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는 대학가 원룸 시장… 비대면 수업에 학생들 발길 '뚝'

김민정 기자
입력 2021.02.23 06:00
"1년 동안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자취 비용이 너무 아까웠다. 이번 학기도 학교 갈 일이 없을 것 같아 아예 방을 빼고 충남 천안의 본가에서 지내기로 했다."

숭실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21)씨는 "작년에는 학교 상도동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짜리 원룸에 살았다"면서 "지난해에 학교에 간 날을 합해도 5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번 학기도 학교 갈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 같아 부모님이 계신 천안에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동기 중에는 원룸을 2년 계약해서 위약금을 물고 고향으로 내려간 경우도 있었다"면서 "대학교 근처에 있어도 친구를 만나기 거의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일러스트=정다운
일러스트=정다운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서울 주요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 위주의 학사 운영 방침을 밝히면서 대학가 원룸 임대시장도 얼어붙었다. 지난해에는 3월 개강 이후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대학가 공실이 올해만큼 심각하지 않았지만, 지난 1년간 비대면 수업이 유지되면서 더는 학교 근처에서 비싼 월세를 내며 지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고향인 대전보다 서울이 코로나 확진자가 훨씬 많아 부모님도 자취방을 정리하고 내려오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서울에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코로나로 손님이 줄어들자 사장이 혼자 카페를 운영한다고 하더라"며 "더는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매년 2월 중순은 개강을 앞두고 학생들이 한창 자취방이나 하숙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 시기다. 그러나 대다수 대학들이 이번 1학기도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 대학가 주변 임대 수요는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다. 임대업자들은 월세와 보증금을 낮춰주면서 손님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를 낮춰서 내놓아도 임대 수요가 크게 줄어 계약이 안 된다"면서 "작년 이맘때쯤이면 3월 개강 전에 부모님과 함께 집을 구하는 손님들이 하루에 몇 팀씩 왔었는데, 요즘은 잠잠하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이나 월세를 낮추고 1년 단위로 방을 세 놓는 임대인들도 나오고 있다. 서강대 인근인 마포구 대흥동에서 임대업을 하는 최모(49)씨는 "최근에는 월세를 5만원 내렸는데도 건물 절반은 공실"이라며 "1년짜리로 계약을 해준다고 해도 문의가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머물던 학생들까지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대학 근처 월세도 코로나 사태 이후 하락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홍익대 주변 원룸의 평균 월 임대료는 작년 9월 53만원에서 지난달 47만원으로 6만원 하락했다. 고려대(44만원→42만원), 한양대(48만원→46만원), 숙명여대(47만원→46만원), 서울대(38만원→37만원) 등 주요 대학들 주변 원룸의 평균 월 임대료도 1만∼5만원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이나 외국인 유학생 수요가 줄어든 것도 임대 시장이 얼어붙는 데 영향을 미쳤다. 건국대 인근인 서울 광진구 화양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할 때까지 서울에 머무르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코로나로 취업 준비가 어려우니 요즘은 졸업과 동시에 자취방을 떠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공실을 메워줬던 외국인 유학생들도 줄어들면서 원룸 임대 시장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