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북로 덮고, 국철구간에 아파트 짓겠다?… 서울 재보선, '묻지 마' 주택공약 남발

김명지 기자
입력 2021.01.17 07:00
용적률 상향·층고제한 완화 통한 공급 확대 약속
與 ‘공공 임대주택 공급’ vs 野 ‘재건축 규제 완화’
강변북로·지하철 지상구간 지하화 등 비현실적 공약 남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아파트 등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집값 폭등과 전세난으로 지친 민심을 아파트 공급 확대라는 약속으로 달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거 공약으로 등장한 아파트 공급 공약에 부정적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용적률 상향, 도심 개발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강변북로 등 외관순환도로, 도심 지하철 지상 구간 등을 지하화해서 수십만채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공약도 막 던져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묻지마식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거 출사표를 가장 먼저 던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까지 부동산 공급 대책을 두 번 냈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 위를 덮어 그 위에 공공 임대주택 16만 가구를 짓겠다는 방안과 35층 층고(層高) 제한 해제, 강북권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 두 가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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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원의 공약은 규제 완화보다는 '공공 주택 공급'에 방점을 찍었다. 우 의원은 "싱가포르는 공공주택 비율이 75%, 오스트리아 빈은 40%에 달하는데 우리나라는 8% 수준"이라고 했다.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는 것은 현 정부 기조에 어긋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주택 공급은 장소 선정과 건설 기간 공급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10년 이상이 걸리는 대형 사업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주거 안정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듣는다.

지난 14일 주택공약을 발표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앞으로 5년 동안 서울에 총 74만 6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권한인 재개발 재건축 인허가권을 통해 민간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게 안 대표의 구상이다. 한시적인 양도소득세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덧붙였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변북로 덮개 활용 등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장기적 도시 계획이 연결된 부분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라고 했다

안 대표의 공약이 차별점을 갖는 부분은 지하철 도심 지상구간을 지하화해 그 위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상철과 국철 구간의 지하화 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상 지하철 구간의 지하화에 따른 비용부담을 어떻게 할지, 현재의 지하철 철로를 어떤 식으로 개발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국민의힘 소속 조은희 서초구청장 또한 지하철 2호선 지상철 구간을 지하화하는 역세권 통합 개발을 약속했다. 뉴타운 정책을 재활성화해 5년 동안 주택 6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김선동 전 의원은 주택 80만 가구 공급,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서울 서초구의 서울교대를 이전해 청년 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올림픽대로 등에 에코브리지를 설치해 아파트 단지 내 정원을 가져오고, 이렇게 확보한 용지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은 용적률 상향, 층고 제한 완화 등을 통한 재건축, 재개발 확대를 내세웠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 민간의 주택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게 나 의원 공약의 핵심이다. 그러나 아파트 값이 서울 전역으로 폭등한 상황에서, 전월세 등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 지역 지정, 해제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나머지 공약들도 서울시장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 후보들이 주택 공급량에 초점을 맞춰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서울시장의 잔여임기 1년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정치구호처럼 던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년 임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임기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현실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