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선고, 쟁점은 '뇌물액수·준법노력 실효성'

이미호 기자
입력 2021.01.17 06: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국정농단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사건을 두고 대법원에서 유·무죄 판단은 이미 나왔으니, 형량 결정만 남았다는게 바로 이러한 이유다. ‘형량 선고’의 고유 권한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정준영 재판부)에 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운명을 결정지을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 부회장 사건의 법리적 쟁점은 지난해 6월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 재상고심과 지난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을 통해 사실상 정리됐다. 이들의 재상고심 재판부는 모두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최씨의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충실히 따랐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 부회장으로부터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딸 정유라의 말 3필 구입대금과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등 86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공여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대법 재상고심은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최씨의 형량을 징역 18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 여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15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재판부 역시, 대법 전합 판단을 따른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일부 직권남용 관련 무죄 부분과 박 전 대통령의 연령이 고령이라는 점 등이 참작돼 형량이 다소 줄었다.
이 부회장, 박 전 대통령, 최씨의 국정농단 혐의의 판단 기준이 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2019년 8월 29일 열렸다. 대법 전합은 이들 3명 사건을 모두 각각 파기환송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사건의 경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부회장의 △정유라 승마 지원 관련 뇌물공여 △말들 또는 구입대금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공여 및 특경법(횡령) 부분을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이 부회장이 최씨 측에 건넨 말 3필을 뇌물로 인정하고, 경영권 승계 관련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강요에 따라 최씨를 지원했다는 원심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법리적 판단을 기반으로 이 부회장에 중형을 내려야 한다고 하는 쪽에서는 ‘뇌물 액수’를 강조한다. 대법 전합은 이 부회장 뇌물공여 액수를 기존보다 늘어난 총 86억원대로 판단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때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한다. 또 법원이 재벌총수에 대해 죄질이 중하다고 훈계한 뒤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라는 관행을 되풀이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점들은 이 부회장에겐 ‘부정적 요소’다.

또 다른 변수는 재판부가 삼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작량감경의 요소로 검토할 수 있다고 한 점이다.

정 부장판사는 첫 재판때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과 그에 따라 미국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실효적 감시제도를 참고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은 실질적인 준법감시제도를 갖춘 기업의 구성원에게 형을 낮춰주는 법인데, 정 부장판사는 이에 대한 신념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준법감시위원(전 헌법재판관)이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점도 이 부회장에게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삼성측은 기본적으로 선처를 바라는 입장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적 운영'이라는 재판부 숙제를 충실하게 해왔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준법감시위 심리에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한편 18일 선고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재판이 재상고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이 부회장측에서 상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 역시 자신의 주장과 상반되는 결정이 나오면 재상고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