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값 치솟는 세 가지 이유… "실수요·개발기대·임대사업"

연지연 기자
입력 2021.01.16 06:00 수정 2021.01.16 08:53
아파트에 이어 연립주택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파트보다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적고 환금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지금 사도 되는지를 궁금해하는 수요자가 많은 것. 전문가들은 입지가 좋은 곳의 경우 당분간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연립주택 가격이 오른 이유들이 당분간 그대로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6일 KB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 연간 누적상승률은 8.18%였다. 2019년 상승률(1.71%)의 5배 수준이다.

이를 바라보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마음은 다급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강세장이 2015년 이후로 6년째 이어지면서 이제 더 미루면 영영 내 집 마련을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빌라 매매값이 오른 이유로 세 가지 정도를 꼽는다. 집값 상승에 지쳐 나온 자가수요, 공공 재개발을 노린 투자 수요, 아파트 대신 빌라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모두 늘었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빌라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빌라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연합뉴스
①상승장에 지친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 수요로 전환

연립주택 값이 크게 오른 가장 주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집값과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더 이상 내 집 마련을 미루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이들이 늘었다는 점을 꼽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은 5.36% 올랐다. 이는 2011년(6.14%)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여기에 전·월세 상한제, 계약 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 2법이 도입되면서 전·월세금 부담이 커진 것도 자가 매수 수요를 부추겼다. 임대차 2법이 통과된 7월 이후 일시적으로 새로 계약할 수 있는 임대주택 수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요동치기도 했다.

특히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를 사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까지 맞물리며 상당수 수요자가 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렸다. 2019년 나온 12·16 대책에 따라 KB시세가 9억원을 초과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20%,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0%로 대출이 제한됐다.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연립주택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뒤늦게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중저가 주택 위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면서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가점 등 조건이 따라주지 않는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덜 오른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 최선이라 연립주택으로 매수 움직임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②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공공재개발 투자 수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에 투자 수요도 더해진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공공재개발이나 공공재건축, 가로주택정비 등을 통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대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후한 빌라가 즐비한 뉴타운 해제지역의 경우, 공공재개발을 통한 정비사업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장에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완화, 분양가 상한제 배제, 사업비 융자, 빠른 인허가 등의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이미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 후보로 꼽혔던 은평구와 성북구 일부 지역 연립주택의 호가가 억원 수준으로 오르기도 했다.

정부가 구정 전에 발표할 주택 공급방안에 담길 역세권 용적률 상향의 혜택도 연립주택이 누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사례도 있다. 정부가 공공지원 민간청년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히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10-15번지 서초빌라가 용적률 850%를 받았다. 이 곳에는 20층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 세워진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재개발을 노리고 빌라 등으로 투자 수요가 들어가고 있다"면서 "다만 공공재개발이 될 지 안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껏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던 이들이 빌라를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③아직 유효한 임대사업자 혜택

혜택이 대폭 축소된 임대사업자 제도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도 연립주택 매매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임대사업자 제도를 재정비하면서 아파트을 제외한 주택의 임대사업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의무 임대사업기간은 8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지만, 연립주택을 매입하는 임대사업자는 여전히 취득세와 재산세,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할 때는 과세표준 합산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주택 가격 상승기나 임대주택이 귀해져 임대료가 오르는 국면에는 임대사업자가 누리는 혜택이 클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노후빌라를 사놓고 월세를 놓다가 어느 세월이 지나서 공공재개발이나 소규모 재건축 등을 하면 세금 부담도 적고, 시세 차익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립주택 값의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연립주택 값을 올린 이유들이 당장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실수요자라면 공공재개발을 노린 노후빌라를 매입하는 것보단 실제 생활 환경과 입지 등을 감안해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연립주택은 환금성이 아파트보다 좋지 않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에 꼼꼼히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원갑 위원은 "연립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가치를 따지기가 쉽지 않은 주택 상품"이라면서 "매수하려는 실수요자라면 실제 생활하기에 편한 지, 교통 여건은 어떤지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