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벼락거지 될라"…코스피 상승하자 올라 타는 투자자들

이다비 기자
입력 2021.01.14 16:19 수정 2021.01.14 17:38
직장인 고은수(28)씨는 작년 3~4월 급락장에서 일어났던 ‘동학개미운동’ 때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다. 주식에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던데다 종잣돈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초 코스피지수가 3100을 뚫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고씨는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주식 얘기를 하다 보니 혼자 뒤처지는 기분이 든다"며 "적금 이자는 쥐꼬리만 한데 이런 상승장에 주식을 안 하면 벼락 거지가 될까 두려워 주식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식 활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비단 고씨뿐이 아니다. 직장인 박모(31)씨도 "요즘 모든 자산이 버블이라 월급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는데, 주식에서라도 수익을 내야 거지는 면할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안모(29)씨 역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주식으로 몇억, 몇천을 벌었다는 글을 보면 배가 아프다"라며 "돈이 돈을 낳는 현상을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다"고 전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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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초부터 코스피지수가 랠리를 이어가며 지난 11일 장 중 3200까지 돌파하자 미리 주식 투자에 나서지 못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유례 없는 상승장 덕에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는 말이 자주 들리자, 이들 투자자들은 ‘이러다가 나만 돈을 못 버는 게 아니냐’는 공포심마저 느끼는 상황이다.

집값 급등 탓에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을 중심으로 주식 시장에서라도 기회를 잡으려 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아무래도 주식 시장이 부동산 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부동산 투자는 초기 자본이 커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지만 주식 투자는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다"며 "대출 이율이 낮아 투자금 마련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도 요즘 주식 시장의 매력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턱대고 주식 투자를 하는 건 위험한 측면이 있지만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문제가 자산 불평등을 너무 키웠기 때문에 이번 강세장에서만큼은 소외될 수 없다는 판단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것이 구 교수의 생각이다. 자산 가격 상승 랠리에 동참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포모(FOMO·소외 공포증) 심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포모 심리란 부동산과 암호화폐, 주식 등 모든 자산이 부풀려지는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대기자금이라고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74조4559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투자한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신용공여 잔고도 20조7871억원 수준이다. 모두 사상 최고치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는 잠깐 빌려 수익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기회에 ‘한 몫’ 챙겨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본인의 투자금을 가지고 좋은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불안감에 앞뒤 안 가리고 투기식으로 투자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태 갤럭시자산운용 전무는 "충분히 공부가 되지 않은 투자자들이 중소형주를 사고 나서 단기 수익을 얻으려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전무는 "변동성이 있을 때 안달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은 초보 동학 개미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이럴 때 일수록 본인이 투자한 기업을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모든 주식이 다 오르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투자 수익은 노력과 공부로 얻어지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튜브나 도서 중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들이 넘쳐나는데, 제대로 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