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조원 소송부담 덜어낸 두산… 자구안 마무리 '청신호'

송기영 기자, 최지희 기자
입력 2021.01.14 13:18 수정 2021.01.14 13:27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중국 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매각 실패를 두고 두산(000150)그룹과 재무적 투자자(FI)가 벌이는 최대 1조원 규모의 소송에서 대법원이 두산인프라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산그룹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FI들이 제3자에게 다시 DICC에 대한 ‘동반매도요구권(Drag Along)’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향후 두산인프라 매각 작업에서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반매도요구권은 회사가 투자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회사 측 지분까지 끌어와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권리다. 이번 소송은 기업과 투자자가 주주 간 계약에 담는 동반매도요구권에 대한 국내 첫 소송전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끌어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미래에셋자산운용, IMM PE, 하나금융투자 등 두산인프라코어의 FI들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등 지급 청구소송에서 매매대금 100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동반매도요구권을 약정한 경우 상호간에 협조 의무를 부담한다"면서도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민법상의 ‘신의성실에 반하는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대법원이 두산의 손을 들어주면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작업도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두산그룹의 3조원 마련 자구안의 핵심 중 하나다. 두산그룹은 현대중공업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진행 중이다. 매각대금은 약 80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측도 차질없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양측은 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가 원칙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이 분담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두산중공업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던 사안이기 때문에 소송 결과로 인한 일정 변경은 없을 것"이라며 "예정대로 이달 말 중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오는 31일까지 SPA를 체결하고 4개월 안에 거래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두산이 최종 승소하더라도 10년 전 FI에게 약속했던 IPO 실패에 따른 동반매도요구권은 그대로 남는 점이 변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DICC에 대한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FI들은 3800억원에 DICC 지분 20%를 인수했다. 3년 내 기업공개(IPO)가 조건이었고, 약속이 이행되지 않으면 FI가 두산인프라코어 보유 DICC 지분 80%까지 함께 묶어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 조항도 계약서에 넣었다.

하지만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두산은 기한 내에 IPO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후 FI들은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해 공개 매각에 나섰으나 불발됐다. FI들은 "두산 측이 실사 등 매각작업에 협조하지 않아 투자금 회수에 실패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IPO 무산이 경기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인데다 이후 매각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며 투자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왔다.

2018년 고등법원은 계약상 두산인프라코어가 FI의 투자원금(3800억원)에 연간 내부수익률(IRR) 15%를 복리로 합산한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여기에 지연이자를 반영하면 금액이 최대 1조원 정도에 달한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 끝에 두산인프라가 승기를 잡았지만, FI들의 동반매도요구권은 그대로 남는다. FI들은 이른 시일 안에 동반매도요구권을 다시 행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DICC는 지난해 중국에서 굴착기 1만8686대를 판매,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어 매물 가치도 크게 오른 상태다.

결국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FI와 자구안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두산 그룹간 협상이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판결로 FI들이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았다"며 "투자금 회수 방법으로는 두산이 FI 지분을 되사거나, IPO를 재추진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있어 이를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