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전고점 넘었다"… 분당 대형평형 신고가 행진

고성민 기자
입력 2021.01.14 10:30
성남 분당구 대형평형 아파트값이 약 12년여 만에 하나둘 전고점을 넘어서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단지 전경. /조선일보 DB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단지 전경. /조선일보 DB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분당구 서현동 서현시범한양 전용 164㎡는 지난달 17억6000만원에 역대 최고가로 거래됐다. 이 단지는 2007년 13억5000만원에 팔린 뒤 2013년 6억~7억원대까지 집값이 떨어졌던 곳이다. 2019년말 14억원에 팔리며 약 12년 만에 전고점을 넘어서더니, 이후 불과 1년 만에 집값이 3억6000만원 더 올랐다.

분당 대형 평형들에선 신고가가 수두룩하다. 정자동 파크뷰 140㎡는 지난해 11월 22억4000만원에 역대 최고가로 거래됐다. 이 단지는 2006년 20억원에 최고가로 거래된 뒤 2012년 9억원까지 집값이 떨어졌다. 이후 반등해 2018년 13억원까지 회복했고 이후 3년여간 9억원 급등했다.

이매동 이매촌코오롱동부 164㎡도 지난달 16억5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인근 이매촌동신3차 168㎡도 지난 11월 15억4000만원에 역대 최고가로 거래됐다. 2007년 전고점(14억원)을 12년 만에 넘은 것이다.

이외 △분당동 분당샛별마을라이프 153㎡(14억원·2020년 11월) △정자동 정자정든마을우성4차 163㎡(16억2500만원·2020년 12월) △정자동 정자상록마을우성 163㎡(17억원·2020년 11월) △정자동 상록라이프 159㎡(15억3000만원·2020년 12월) △야탑동 장미마을동부코오롱 134㎡(12억9500만원·2020년 12월) △구미동 하얀마을그랜드빌 162㎡(12억2500만원·2020년 12월) 등도 모두 역대 최고가로 거래됐다.

최근 분당 대형 평형 상승세의 이유로는 먼저 이미 값이 크게 오른 소형~중형 평형과의 키맞추기 효과가 거론된다. 대형 평형은 하락기에 중형 평형보다 더 떨어졌지만, 상승기에는 덜 올랐다. 그러다 보니 중형 평형과의 가격 차이가 꽤 좁혀지며 최근 주목받는 것이다.

예컨대 서현시범한양의 경우, 2006년엔 84㎡가 약 6억원, 164㎡가 약 12억원으로 둘 사이 가격차가 6억원이었다. 하락기에 접어들며 대형 평형의 하락세가 도드라져 2013년엔 84㎡가 약 5억원, 164㎡가 약 7억원으로 가격차가 2억원에 불과했다. 84㎡가 1억원 떨어질 동안 164㎡는 5억원이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상승기에도 대형의 회복이 더뎌 2018년엔 84㎡가 8억~9억원, 164㎡가 11억~12억원에 거래됐다. 가격 차이가 여전히 3억원에 불과했다. 그러자 수요자 사이에서 대형 평형 저평가론이 고개를 들며 2018년 이후 중형보다 더 오른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일부 확인된다. KB부동산의 전용면적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19년 1월=100) 자료를 보면, 2013년 1월~2018년 12월 경기도에선 소형→중소형→중형→중대형→대형 순으로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매매시장에서 ‘작은 집’이 대세였다. 반면 2019년 1월~2020년 12월엔 중대형→대형→중형→중소형→소형 순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 매매시장에서 ‘조금만 더 보태면 큰 집’이 유행을 탄 결과다.

분당에서 대형 평형이 주목받는 이유는 ‘넓게 살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분당 아파트들은 1991년부터 차례로 준공돼 올해부터 준공 30년을 맞는다. 향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진행할 땐 대지지분이 중요한데, 신축 대형 평형을 매입하기 위해 더 들여야 하는 돈에 비해 현재 대지지분이 많은 대형을 사는 것이 저렴할 수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금융센터 지점장은 "그간 중소형 위주로 많이 올라 같은 아파트 기준으로도 중소형 평당가가 대형 평당가보다 훨씬 비싸 저평가론이 나온 것"이라면서 "또 신축 아파트들도 주로 중소형~중형 평형을 공급해 대형 평형 공급이 줄며 희소해졌다"고 했다. 이어 "분당은 인근 판교에서 판교테크노밸리가 계속 확장하고, NC소프트나 두산그룹과 같은 대기업 사옥이 들어서 산업종사자가 늘어나는 점이 주목된다"면서 "수요가 유입되며 전셋값과 집값 모두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