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실직 인구 300만명 육박…취업기회 상실 '코로나 세대' 등장하나

세종=최효정 기자
입력 2021.01.13 11:51 수정 2021.01.13 13:43
쉬었음 237만명·구직단념자 60만명…통계 작성후 최대치
文정부 출범 후 만성적 실직인구 80만명 이상 폭증
코로나 이후에도 신규 채용 불확실…’잃어버린 세대’ 가능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쉬었음 인구와 구직 단념 인구가 모두 관련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집단을 합친 만성적 실직 상태 인구는 300만명을 육박한다. 구직활동 포기 상태인 인구(일명 취포자)가 사상 최대로 늘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활동이 왕성한 20~40대 취업자수가 대폭 감소하고 ‘취포자’들이 늘며 비경제활동인구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고용의 문이 좁아지면서 특히 20대의 ‘취업포기’가 가장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세대’의 탄생을 우려했다. 청년층의 취업기회 상실 장기화가 평생의 소득격차로 이어지고, 빈부격차를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직에 실패한 청년층의 분노로 사회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비경제활동 인구 역대 최대…쉬었음·구직단념 인구 300만명

통계청은 13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통해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는 1667만3000명으로 전년대비 45만5000명(2.8%) 증가했다. 코로나19 위기로 취업자 감소폭이 커지면서 비경제활동 인구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중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같은기간 13.5%(28만2000명) 늘어난 237만4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역대 최대다. 증가폭도 가장 크다.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로 취업 못 한 스무살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로나19로 취업 못 한 스무살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60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7만3000명 증가했다. 이 역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다. 고용의 문이 닫히며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쉬었음을 택하거나 아예 구직 자체를 포기한 ‘취업포기’가 만성화된 것이다.

‘쉬었음’과 ‘구직단념자’를 합친 인구는 297만9000명으로 300만명 문턱에 와 있다. 쉬었음과 구직단념을 합친 인구는 2014년 184만9000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237만9000명으로 증가했고, 2019년 262만5000명으로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0만명 가량 급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연스런 인구 증가에 따라 비경제활동인구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다만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취업자수 감소폭이 커지며 비경활인구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쉬었음이나 구직단념 인구도 같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한파는 구직시장 진입계층인 20대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연령계층별 ‘쉬었음’ 인구는 전년대비 20대(8만4000명, 25.2%)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그 뒤를 40대(5만2000명, 23.4%), 30대(4만명, 18.8%)가 이었다. 쉬었음 인구는 60세이상(7만4000명, 8.5%) 등 모든 연령계층에서 증가했다.

취업준비자는 79만1000명으로 전년대비 4만3000명(5.8%) 증가했다.이 역시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채용 중단에 나서면서 구직자들의 취업준비가 장기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가사(15만4000명, 2.7%) 등에서도 증가했는데, 재학·수강 등(-9만2000명, -2.5%)에서는 감소했다. 청년층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에 따른 것이다.

◇ ‘만성적 실업’ 구조화 조짐…‘잃어버린 세대’ 등장 가능성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연례 행사였던 대기업들의 대규모 공개채용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미 LG전자(066570)는 지난해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으로 채용제도를 바꿨다. 이런 추세는 기업들의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2일부터 16일까지 '2021년 채용시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의 80% 가량이 채용 시장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40.4%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고, 39.7%는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기업 입장에서 필수 조직과 필수 인력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가능해졌다"며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보다는 상시채용을 선호하게 되고, 결국 신입보다 경력을 가진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 이로인해 코로나 세대의 고용 체감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취업포기 만성화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상흔’을 남길 것을 우려했다. 청년층이 제 때 구직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결국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단 분석이다. 취업준비생이 누적되면서 전체 청년층의 취업난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의 채용문화가 바뀌는 추세로 경기 회복기에도 ‘코로나 세대’의 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999년 IMF 위기때 취업에 실패하고 잊혀진 ‘잃어버린 세대’처럼 ‘코로나 세대’ 역시 또 하나의 잊힌 세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코로나 세대의 분노와 좌절은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절망과 소외감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이는 종국에 세대간 갈등 등으로 불붙을 수 있고,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 혐오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재호 한국과학기술교육대 교수는 "코로나 세대가 새로운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반기에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을텐데 이렇듯 취업기회 상실이 장기화되면 취업 자체가 어려워지는 데다 평생의 소득격차로 이어져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며 "청년층이 계속 취업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들이 일종의 사회분노세력이 돼 각종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