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성부 KCGI 대표 “대한항공이 KAI 인수해야…산은 합류는 긍정적”

김소희 기자
입력 2021.01.12 17:27 수정 2021.01.14 11:48
산업은행 합류는 긍정적, 오너 견제 기능할 것
절차 상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합병 반대 안 해
KAI 사들이고 항공기 정비 등 신사업 도전해야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의 강성부 대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M&A)한 후 다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합병해 항공기 정비 기술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행 허가권이 있다는 이점을 이용해 드론택시 서비스를 도입하고 해외보다 뒤쳐져있는 우주 사업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적자구조에 빠진 대한항공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면 아시아의 ‘록히드마틴(미국 항공기 제작사)’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서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를 분사해 아시아나 정비사업본부와 통합한 이후 지분을 매각해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부채 비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기업가치가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새로 한진칼 주주가 될 산업은행(유상증자 후 예상 지분율 10.66%)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해던 입장에 대해서는 "기업 실사 등 인수 결정 전 절차에 문제가 있어 반대했을 뿐 양대 항공사 통합에는 찬성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반대했었다.

KCGI는 조 회장과 대한항공 경영권을 놓고 대립해온 사모펀드로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지분율 19.55%)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에 반대했으나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KCGI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CGI 사무실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CGI 사무실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 안이 결국 통과됐다. 유증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가장 잘못한 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공식 절차(인수 결정 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생략한 것이다. 두고두고 욕 먹을 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번 일은 한진그룹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절차를 생략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절차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원래 인수를 하려면 예비심사를 거치고 인수가액이 적절한지 살펴야 한다. 부동산 매각, 담보 대출, 회사채 매입 등 필요 자금을 모을 방법도 면밀히 검토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주주에게 양해를 구해서 유상증자를 실시해야 하지 않나? 지난해 5월부터 우리는 네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가 필요하면 말하라고 한진그룹에 공문을 보냈다. 당시 아무 연락이 없었는데 이후 한진그룹의 유상증자안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조선비즈와의 인터뷰가 있던 전날(6일) 대한항공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켰다. 오는 3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 위해서는 정관을 변경해 주식 총수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산업은행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KCGI펀드의 우호 지분율은 45.2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KCGI 19.55%+반도건설 19.2%)에서 40.4%(조현아 전 부사장 5.79%+KCGI 17.46%+반도건설 17.15%)로 축소됐다.

원래 양 항공사 통합에 반대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KCGI도 과거 아시아나항공(020560)입찰에 참여했다. 그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의 통합을 꿈꿔왔다. 항공사의 규모가 커져야 미래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너가보다 지분율이 높은 주주가 있는데도 오너 중심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화가 났다."

국민연금도 유상증자에 반대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한) 이번 결정은 사실상 정관 변경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면피(책임 회피를 뜻하는 말)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본다. 현재 수탁자책임위원회는 비전문가가 모여서 결정을 내리고 정치적 이해관계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기관인 만큼 투자수익률에 집중해서 표결해야 한다.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중심으로 권한과 책임, 위험과 보상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허수아비’ 대주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처럼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한진칼(대한항공 모회사)의 지분 구성이 복잡해졌다. 산업은행이 주요 주주로 추가됐다.
"긍정적으로 본다. 주주 구성이 복잡해질수록 한 주체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빈번하게 무책임한 경영 모습을 보였다. 2019년 난데없이 ‘파리 국제 에어쇼’에 가서 부채비율이 1500%에 육박하는데도 항공기를 스무대 주문하거나 그룹 주력 사업에 불필요한 호텔 매입에 나선 게 대표적인 예다. 조씨 일가,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델타항공에 이어 산업은행까지 여섯 개 주체가 있는 상황에선 이런 결정은 어렵다."

한진칼 2대 주주로서 대한항공의 기업가치를 어떻게 보나.
"1500%에 달했던 부채 비율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500%대로 떨어지면서 기업 가치는 현재 좋아지기 직전의 단계에 와있다고 본다. 그간 요구해왔던 부동산 매각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조원태 회장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한진그룹에 바라는 것은 비전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이 하든, 전문경영인이 하든 관계없다. 다만 성장에 대한 비전을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못 심어주는 회사는 오래 가기 힘들다."

KCGI가 조 회장에게 제안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항공우주사업부문을 강화할 것을 조언한다. 우선 정비사업은 미국 수송기도 고칠 정도로 기술력이 굉장히 좋은데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드론을 개발해서 에어 모빌리티 사업을 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드론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면) 드론으로 한강에서 서울 잠실도 가고 공항도 갈 날이 올 것이다. 규제로 드론을 띄우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미 한진그룹은 비행 허가권을 확보하고 있으니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

항공우주사업부문 강화의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아시아나항공 정비사업본부를 인수해서 자회사로 물적분할하는 것이다. 이 자회사 지분 40%만 외부에 매각하면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우주산업 기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KAI 인수 자금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대한항공이 아시아의 록히드마틴과 같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KAI의 지분을 보유한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은행권도 현재 바젤3 도입으로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시점이라 더욱 필요가 맞는다."

KCGI펀드를 통해 추구하는 이상적인 기업 지배구조는 무엇인가.
"투자자가 각자 의견을 내고 이해관계를 조정해가는 절차가 실현되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라고 무조건 옳지도 않다. 만약 어떤 행동주의 펀드가 정유회사에 무조건 친환경 사업을 도입하라고 강요한다면? 단지 이렇게만 말한다면 주주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환경 파괴 기업에 부과되는) 탄소세 1조원을 피하기 위해 친환경 사업에 1000억원을 투자하자는 합리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주주를 설득할 여지가 생긴다. 이렇게 설득의 과정을 통해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과정을 찾아가길 원한다. 투명성과 신뢰가 중요하다."

강성부식 기업 지배구조 개선책은 과거 전문가들이 내세웠던 원론적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그간 재벌그룹의 문제점으로 오너가의 세습 경영을 지적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경영인이 오너가 출신이냐 전문경영인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기업 운영에 최선인 사람이 오너가 출신이라면 그를 견제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오너가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투자자는 소외된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은 일명 ‘T·P·E’로 나뉜다. 일감 몰아주기(Tunneling), 부실계열사 지원(Propping), 대주주의 사익추구행위(Expropriation)를 이르는 말이다. 국내 기업이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이유는 선대의 업적과 외형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한진그룹이 무리해서 한진해운을 떠안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주주의 사익추구행위는 배임, 횡령이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투자자 손실이 가장 크지만 법적으로 제재가 어려운 ‘일감 몰아주기’다."

일감 몰아주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가업 승계를 위해서다. 현행 세제상 오너가는 배당이나 급여를 통해 자녀에게 상속하는 경우 높은 배당소득세와 상속세를 내야 하므로 편법을 쓴다. 자녀의 지분이 많은 회사로 일감을 몰아줘서 자금을 유입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상속세없이 법인세만 내면 된다. 이 자회사의 주가를 띄운 이후 합병, 분할, 상장폐지 등을 통해 지분율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편법으로 일감을 몰아줘 오너가가 배당을 할 이유가 적으니 한국의 배당성향도 다른 국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기업에 배당을 늘리라고 백 번 얘기해봐야 바뀌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 유인을 이해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는데.
"내부 거래 감시 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 지분율 20%를 넘기지 않는 꼼수가 가능하다. 지분율을 19.99%로 맞추면 제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피해 나갈 구멍을 송송 뚫어놓고 세율만 높이면 누구든 죽을 힘을 다해서 빠져나갈 길을 찾게 돼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오너가 일감을 몰아 줄 유인을 없애는 것이다. 배당소득세는 종합소득과세의 일환으로 최고 49.5%까지 적용되고 상속세는 상장사의 경우 60%에 해당한다. 배당소득세는 15.4% 수준으로 분리과세하고 상속세는 최소한 30% 이하까지 낮춰야 한다. 오너가 편취행위를 하지 않게끔 제재를 가하되 부당하게 짊어진 세금 부담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

오너가에 날을 세웠던 입장에서 그들의 편의를 봐주자는 주장이 새롭게 느껴진다.
"행정가들은 복잡한 규제를 만들면서 문제를 해결하지만 자본시장에선 잘못된 접근법이다. 반대로 탈세 동기를 줄일 방법을 고안해야 실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면 부자 편을 든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하는 말이다. 오히려 감세는 기업의 배당을 늘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에게 긍정적이다. 물론 오너가가 책임질 부분은 마땅히 져야 한다고 본다.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채찍은 무엇이 있을까.
"범죄를 저질렀을 적에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채찍이다. 국내에선 회사와 대주주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대주주는 지분율이 많은 사람일 뿐이다. 만약 범법행위로 주가에 피해를 입힌다면 처벌을 받는 것이 곧 회사를 위한 것이다. 정유라(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의 딸) 뇌물 공여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만약 죄를 저지르고도 3대, 4대 경영권이 천부인권(天賦人權·태어나면서부터 받은 당연한 권리)인냥 유지된다면 북한의 3대 세습 권력은 왜 비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