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사두면 새 집 준대요" 주택 규제에 틈새시장 파고 드는 사람들

연지연 기자
입력 2020.11.27 11:00
"투자면 집보단 상가가 낫지 않으세요?"(서초구 반포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한강변 재건축 핵심 요지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에서는 요즘 상가 점포 매매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신반포 2차 상가 조합원들이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합 정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최근 주택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역에서 상가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상가와 같은 근린생활시설은 주택에 매겨지는 세금 부담에서 자유롭다. 주택을 분양받을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모습/유병훈 기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모습/유병훈 기자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2차 조합은 지난 달 상가 조합원에게도 상가 대신 아파트를 받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산정 비율을 통상적인 수치 ‘1’에서 ‘0.1’로 대폭 낮춘 것이 골자다.

‘산정 비율’은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숫자다. 분양주택의 최소 분양가에 ‘산정 비율’을 곱한 값보다 상가 조합원의 권리차액이 커야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상가 조합원의 권리차액은 상가 조합원 신규 분양가에서 종전 재산가액에서 빼는 것으로 계산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조합 정관에서 규정하는 산정 비율이다. 산정 비율이 낮아지면 낮아질 수록 상가 조합원이 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A아파트의 분양주택 최소 분양가가 10억원이고, 정관상 정해진 비율이 1이면, 가액은 10억원이다. 만약 상가조합원이 새로 받는 분양가액(예를 들어 7억원)에서 종전 재산가액(예를 들어 3억원)을 뺀 값이 4억원인 상황이라면, 상가조합원은 주택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조합에서 상가 조합원들이 주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위해 일정 비율을 0.1로 내리면 이 상가조합원은 주택을 선택할 수 있다.

조합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상가 조합원도 끌어안고 가는 편이 전체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상가 조합원이 주택을 선택해 일반분양 주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조합의 수익이 줄어들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액도 감소한다. 재건축 동의율이 높아지면서 빠른 조합 설립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신반포2차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재건축 사업지에서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지를 두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번엔 조합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면서 "이 소식이 전해졌는지 적당한 상가 물건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대기를 걸어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상가에 관심을 갖는 또다른 이유는 주택을 둘러싼 세금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17 대책에서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를 모두 올리는 초강수를 내놨다. 2주택자 이상이 되면 주택 취득부터 보유, 양도 등 모든 단계에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진행됐을 때 주택과 맞바꿀 수 있는 상가를 매수하면 이런 세금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조합 설립이 코 앞이라 상가에 투자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규제도 없는 데다 조합도 상가 조합원과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집 한 채는 있고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예전엔 무조건 집만 보다가 최근 상가까지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반포 3주구, 신반포2차 안에 상가 매수를 최근 상담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최근엔 서울시도 재개발 구역의 상가 등 비주거시설 소유자에게 입주권을 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전까지 서울시는 비주거시설 소유자에게 입주권을 주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용산 서계동과 청파동, 한강로 등을 중심으로 근생 쪼개기가 만연했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 전향적으로 방향을 바꿀 조짐이다. 단기간에 동의율을 높여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미 조합을 설립한 정비구역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려면 토지등 소유자 50%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아직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경우 주민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가 지분 쪼개기 등 악용되는 일이 없고, 제도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주택을 맞바꿀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 지역 내 상가를 매수하기 전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상가에 대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한 보완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한다. 현행 재초환법에 단지 내 상가 재산을 제대로 평가하고 부담금 징수에 반영할 근거가 없다. 주택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주택은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는 날을 기준으로 주택 가격을 산정하기 시작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액을 계산하는데, 상가는 0원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이 주택을 가진 조합원보다 늘어날 수 있다.

조합 정관 내용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상가 조합원이 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좌지우지하는 ‘비율’이 어떻게 명시된 것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신반포2차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고, 현재 매매가가 너무 비싸지 않은 지 판단이 필요한데, 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영역이라, 웬만한 부동산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 위주로 매물을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