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에 또 독일 변속기 들어간 이유는

권오은 기자
입력 2020.11.27 06:00
S&T중공업, 2017년 내구도 평가 미달 뒤 3차 테스트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K2 ‘흑표’ 전차의 3차 양산계획을 지난 24일 승인했다. 이번에도 독일제 변속기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변속기 국산화에 나섰던 S&T중공업(003570)의 어려움은 더 커지게 됐다. 15년째 변속기 개발을 진행 중인 S&T중공업은 3차 양산계획만 믿고 버텨왔다. 올해만 100여명을 희망퇴직했기 때문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방위산업 업계 관계자들은 S&T중공업을 동정하면서도 기술력 미달로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추진위는 3차 양산계획을 확정하고 올해부터 2023년까지 50여대의 K2전차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이르면 연말 5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사막색 K2 전차가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사막색 K2 전차가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K2전차 3차 양산사업은 그동안 국산 변속기 도입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왔다.

S&T중공업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 예산 396억원과 자체 개발비 269억원을 들여 국산 변속기를 개발했다. 1500마력급 변속기는 야전시험과 도로시험을 통과해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017년 내구도 평가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주행 기준은 9600km인데 7359km에서 볼트 하나가 파손됐다. K2전차 2차 양산사업에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개발한 엔진에 독일제 변속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팩’이 도입된 배경이다.

S&T중공업은 이후 방위사업청과 3차 양산사업을 위해 변속기 테스트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테스트 방식을 두고 이견이 생겼고 아웅다웅하다가 결국 무산됐다. 3차 양산사업에도 하이브리피 파워팩을 사용하기로 했다.

S&T중공업 입장에선 자체 개발비용과 재고 비용 등 8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부담하게 됐다. S&T중공업은 올해 100여명이 희망퇴직했고, 120명 이상이 5년째 장기 휴직 중이다. 국내 평가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라 해외 수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송전도 진행 중이다. 2차 양산사업이 3년 넘게 지연되면서 현대로템(064350)은 S&T중공업을 상대로 선급금 등 228억원의 구상권 소송을 제기했다. K2전차 설계와 조립을 맡고 있는 현대로템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지체보상금 약 1100억원을 청구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S&T중공업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 특성상 앞으로 K2전차 추가 양산 계획도 불확실하고, 또 국내 변속기를 사용할지도 불투명하다"며 "S&T중공업이 관련해서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연내 추진을 기대했던 현대로템을 비롯한 다른 방산업체들은 한시름을 돌리게 됐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방산 판매에 제한이 생겼던 만큼 국내 매출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로템과 LIG넥스원(079550), 현대위아(011210), 두산인프라코어 등 13개 K2전차 주요 핵심부품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8일 협의회까지 열었다. 조속한 3차 양산사업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에 협조하기로 결의했다. 연내 K2전차 3차 양산사업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1100여개 중소 협력사들로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계약 추진까지 남은 단계가 많지만 일단 양산계획이 승인되면서 첫발은 뗀 셈"이라며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 협력사들은 불확실한 일정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컸는데 다행스럽다"고 했다.